<사설>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의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고 있다는 보도다. 주요 그룹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계열사들은 최근 급격히 악화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인력과 사업구조 개편 및 사업부문의 분리 또는 매각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계열사에 대한 해외합작 또는 매각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신속하게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것 말고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측면에서 이번에 기업들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기업상을 정립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욱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품목임을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의 우리 경제위기를 기회와 희망으로 바꾸는 그런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어떤 형태든지 노사간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출발하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간에 상당한 갈등과 대립양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조정을 우리가 외면할 경우 미래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렵고 이는 곧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비록 지금의 경제위기를 자초한 원인이 부분적으로 정책이나 일부 부실 기업경영인들한테 있고 그들이 비난받고 책임져야 마땅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2월에 실업자가 1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한다. 부실기업 정리 및 향후 금융·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4% 수준으로 하락하고 내년 2월께 실업률이 4.7%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경우 우리가 치러야 할 고통의 대가는 지금보다 훨씬 혹독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우리가 고통을 받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고용창출과 이익발생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선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있어 경쟁력 확대를 위한 제도와 관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계열사나 협력업체들은 알게 모르게 모기업으로부터 여러가지 지원을 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같은 보호막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자경영을 해 나간다는 자세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같은 시스템 구축과 의식개혁 없이는 미래지향적이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구조조정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 이제까지 기업들은 지나친 매출확대 전략에 치우쳐 사업이나 인력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경우도 없지 않다. 실제 매출규모는 엄청난데 이익은 별로 발생하지 않는 기업은 생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사업부문의 매각은 유동성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실업대란에다 취업난까지 겹쳐 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근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해야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