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45) 벤처기업

벤처 캐피털<16>

여자는 주량이 세었다. 음식이 들어오기 전에 정종 항아리가 동이 났다. 그녀는 잔의 술을 비우면 거의 예외없이 나에게 권했다. 나 역시 여자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이, 실제는 그런 것으로 경쟁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으나 거르지 않고 넙죽 받아 마셨다. 정종의 알코올 농도가 약하기는 하였으나 빈속에 마시자 취기가 오른다. 취기가 돌자 여자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붉어지면서 말이 많아졌다.

『나는 사업가는 아니지만, 지금은 사업가가 되었어요.』

『그렇습니까.』

『황 교수는 창업을 반대하지만, 제대로 제품을 만들어 내려면 기업이 필요해요.』

『황 교수가 누굽니까?』

『제 남편요.』

『아, 네.』

『미국에서는 로버트 황이라고 부르죠. 나는 캔디 오라고 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나를 캔디처럼 달콤하다고 하였죠. 그것이 이름이 되어 버린 것이에요. 한국 이름은 오지숙이에요. 캔디 오보다 오지숙이 더 자연스럽지요? 여긴 한국이니까요.』

『그렇군요.』

『그렇지만 캔디 오라는 이름도 좋잖아요? 내가 달콤한 사탕처럼 보이지 않으세요?』

나는 대답을 했지만, 어색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캔디 오라고 불러도 좋고, 오지숙이라고 불러도 좋아요. 빨아먹고 싶은 사탕처럼 보이면 캔디 오라고 부르세요. 그것도 재미있잖아요?』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식사가 들어와서 우리는 음식을 먹었다. 취기가 돌아 별로 먹지 못하였지만, 별미로 들어온 특수한 요리에는 젓가락이 가서 한두 점 집어먹었다.

『사업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미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한 일이 있어요. 많은 돈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별장을 지을 수 있는 호숫가 땅을 샀죠. 그런데 그 땅을 매입하는 데 은행돈을 많이 빌려서 하였던 것이 문제였어요. 하긴 미국의 경제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어요. 담보능력만 있으면 은행에서는 80%까지 융자를 해주죠. 백만달러짜리 땅을 사는데 80만달러를 빌려주니까 소액만 가져도 부동산을 살 수 있는 것이죠. 그것은 적은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는 함정과도 같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