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메모리시장 경쟁 불붙었다

21일 인텔 펜티엄4의 시연을 계기로 고속 메모리인 램버스 D램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의 경쟁이 본격 점화됐다.

지금까지 램버스 D램과 DDR SD램은 각각 데스크톱컴퓨터용과 서버용으로 특화되다시피 했으나 AMD에 이어 인텔도 펜티엄4 PC에 DDR SD램을 추가하기로 해 그 영역이 무너져 무차별적으로 시장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 앞선 램버스 D램과 맹추격하는 DDR SD램

인텔은 펜티엄4 칩세트의 지원 메모리로 일단 램버스 D램을 채택했다. 인텔의 출시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 삼성전자·NEC 등도 펜티엄4를 탑재한 고성능PC시장을 겨냥해 램버스 D램의 생산물량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램버스 D램은 DDR SD램에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DDR SD램의 추격도 만만찮다. 인텔은 이번에 램버스 D램만을 지원하도록 했으나 D램업체들의 빗발치는 요구를 수용, 최근 DDR SD램을 추가했다.

또 AMD는 차세대 프로세서인 「애슬론」을 지원하는 차세대 칩세트에 DDR SD램을 적용해 성공적인 결과가 나타나자 칩세트를 조기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칩세트용 DDR SD램도 내년부터 양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물밑에서 전개됐던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 경쟁이 수면위로 뛰어올랐다.

◇ 승부는 예측 불허

어느 제품이 차세대 메모리가 될는지 현재로서는 점치기 힘들다. 두 제품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다 아직 소비자로부터 검증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램버스 D램은 성능이 월등하나 생산설비 추가부담으로 인해 생산업체가 적어 값이 비싼 것이 흠이다.

삼성전자·NEC 등도 내심 펜티엄4 탑재 PC보다는 고성능 게임기나 워크스테이션에서 램버스 D램 수요가 활발할 것으로 내다볼 정도다.

데스크톱컴퓨터용으로 램버스 D램은 DDR SD램에 비해 6개월 정도 앞서 출시돼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최근의 PC시장 침체상황을 감안하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DDR SD램은 기존 SD램의 연장선상에 있어 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고성능PC에서는 램버스 D램에 비해 속도가 느린 것이 약점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출시된 펜티엄4의 속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DDR SD램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대만의 주기판업체들이 내년부터 DDR SD램을 지원하는 주기판을 대거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동안 램버스 D램만 고집하다시피했던 삼성전자나 NEC도 DDR SD램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 업계에 미칠 영향

삼성전자·현대전자·NEC·마이크론 등 주요 D램업체들은 램버스 D램과 DDR SD램 모두를 중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NEC는 램버스 D램에 주력하면서 내년부터 DDR SD램에도 손을 뻗치는 전략을, 현대전자와 마이크론은 그 반대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전자와 마이크론의 경우 램버스와 특허 소송중인데다 관련투자도 없었기 때문에 램버스 D램 사업에 미온적이다.

최근 D램업계에는 삼성전자가 2위권과 격차를 벌리고 현대전자·NEC·마이크론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 램버스 D램과 DDR SD램의 시장판도에 따라 순위경쟁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위권 업체들은 경쟁에서 밀려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차세대 메모리에 대한 PC제조업체나 보드업체의 선호도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램버스 D램과 DDR SD램의 경쟁은 중앙처리장치(CPU)업체인 인텔과 AMD의 경쟁구도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알려진대로 인텔은 램버스 D램을, AMD는 DDR SD램의 후원자인데 그 결과에 따라 CPU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인텔이 최근 한걸음 물러서 DDR SD램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힌 것도 자칫 AMD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을 덜기 위한 「보험」이다.

램버스 D램과 DDR D램의 경쟁은 내년 반도체업계 전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