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자공학회·한국통신학회·한국정보공학회·정보처리학회 등 주요 전자관련 학회들이 최근 잇따라 정기총회를 갖고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학문과 산업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각 학회 신임 회장들로부터 앞으로 학회 활동 계획을 차례로 들어본다. 편집자◆
『개인적인 영광을 떠나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는 자세로 학회를 이끌어갈 계획입니다. 전자공학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보화에 대한 변화를 포용하는 데 가장 적합합니다.』
지난 24일 한양대에서 열린 2000년도 대한전자공학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학회장으로 선임된 변증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57)는 『급격히 변하는 정보화의 물결을 포용하는 데는 전자공학이 가장 적합한 학문』이라며 『55년의 역사를 가진 전자공학회가 학·산을 바탕으로 21세기 정보시대를 이끌어갈 첨병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배출된 인력만 봐도 전자공학도는 각 대학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의 집합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을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그는 특히 『학회가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우리말로 된 국내용 논문만을 선보일 것이 아니라 영어판 논문 제작을 시도해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기관으로 바로서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변 교수는 그동안 전자공학회가 관료적으로 운영돼왔다는 데 대해 『회원만 2만1000명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이지만 회원 중 산업계 종사자가 대략 20%에 불과할 정도로 대학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수들이 그렇듯 다소 경직되고 관료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또 『대학과 산업계를 연결하는 아이디어에 제약을 받고 각 분야에서의 표준화 작업 등에 중심적인 역할을 못해왔다』면서 『앞으로는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학회를 이끌어 전자공학회가 학-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학회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IT분야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데 반해 대한전자공학회는 세계적인 학술단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그는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그 이유로 학회 논문이 한글로 제작돼 SCI에 등재되지 못하고 있는 것 때문이라고 보고 내년부터는 반도체와 신호처리분야부터 영문 논문지를 발간할 계획으로 작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학자들의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점도 학회의 세계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변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걸음마 수준인 토론과 논문 문화를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킬 작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들의 연구 업적에 논문발표도 포함시켜 평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변 교수는 최근 논문발표에도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경우 발표되는 논문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교수 업적평가에 논문발표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는 전기·전자·통신·음향 등의 분야에 8, 9개의 학회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들 학회가 통합되면 국내 정보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 연구센터 소장이기도한 변 교수는 신임 학회장으로서 첫 사업을 학회통합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1차적으로 전자공학회와 전기학회를 통합해 정보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석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변 교수는 이밖에 학술행사 등을 위해 통신, 반도체, 컴퓨터, 신호처리, 시스템 및 제어 등 5개 분야의 횡적인 소사이어티(society)를 구성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년 사업으로 『일본의 전자공학 관련 학회와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활동을 강화하고 남북 전자공학 기술용어 비교조사나 남북 전자공학 관련 단일 전문용어 등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또 『학회에서 가장 큰 행사인 하계 및 추계 학술대회 외에 모토로라와 협의해 기술 세미나를 개최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