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얼마 전 백화점과 이마트에 물품을 공급하거나 관계된 모든 협력업체에 공정한 거래관행 확립을 골자로 한 업무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의 주된 내용은 그동안 백화점을 포함한 대형 유통점과 납품업체의 관계가 「상하 또는 주종관계」처럼 굳어지면서 접대 관행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으므로 서로 자제해 공정한 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자는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납품업체의 접대와 향응은 공공연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다. 공급가를 무제한 깎는 것은 물론 재고품의 무조건 반품, 광고비 명목의 비용수거에 개인이나 부서별로 명절이나 행사 때 협조 요청하는 등 사례도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이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이 갖는 우월적 지위 때문에 나타난 현상임은 물론이다.
이처럼 대형유통업체가 보여준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횡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중소제조업체들은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백화점에 상품이 공급돼야 품질을 인정받고 판매증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신세계가 「윤리경영의 실천」을 선포하며 공정한 거래관행 확립을 위해 앞장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롯데백화점이 지난주 말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관행을 확립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가장 썩어 있는 곳이 유통산업이라는 말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지금, 신세계의 「신선한 외침」은 단순히 메아리로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하나 하나 시도될 때마다 소비자가 느끼는 유통업계에 대한 신뢰도 또한 점차 높아질 것이다.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에서 일기 시작한 이런 움직임이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돼 투명한 거래문화가 정착되고 이를 통해 국내 유통업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활전자부·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