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프로게이머들의 전직은?

『게이머가 되기 전에 뭘 했냐구요? 신림동에서 행정고시 준비했어요.』

게임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행복해 「사무관」이 아니라 「프로게이머」를 선택한 네이버 소속의 윤지현 선수(28). 그녀는 명문대학인 서울대 출신으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림동 고시촌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책과 씨름하던 고시생이었다.

『고시촌 부근에는 각종 게임 고수들이 많아요. PC방 요금도 싸고 공부에 지친 고시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게임이다 보니 프로게이머 못지 않은 고수들이 많지요.』

윤지현은 시험이 끝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PC방을 찾은 것이 인연이 돼 프로게이머가 됐다.

프로게이머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에 미친 10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을 살펴보면 윤지현과 같이 일반인의 생각과는 달리 특이한 전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윤지현과 같은 팀에 속한 정훈조도 서울대 출신으로 올해 초까지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녹두거리」를 헤매던 고시촌 출신이다.

또 조이포유의 김자혜는 무역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영국·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 등에 거주하던 유학파. 귀국과 함께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김자혜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좋아 게이머로 입문했다.

이밖에 올더웹 V나라의 유병준(명지대 시스템공학부), 나종삼(한양대 컴퓨터공학부), 드림라인의 이은경(전북대 컴퓨터과학), 한컴 예카의 현정윤(인덕대 일러스트레이션과), 네이버의 박상규(연세대 컴퓨터공학) 등은 잘나가는 컴퓨터 공학도로 한결같이 게임이 좋아 책과 펜을 버리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축구게임인 피파2000 선수인 n016의 이지훈은 실제로 중학교때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올해 출전한 전 대회를 석권하며 피파계의 지존으로 부상한 이지훈은 실전에서 이루지 못한 축구 스타의 꿈을 사이버상에 이룩한 케이스다. 또 천리안의 피파 선수인 김승범은 대학에서 생활체육을 전공하고 있는 체육학도다.

여성 프로게이머 중에는 일명 「끼」있는 연예계 출신도 많다.

한컴 예카 소속의 이현주는 중앙대 연극과 재학중인 학생으로 올 6월에는 연극 「갈매기」에 출연한 배우였다. 특히 이현주는 「갈매기」 공연기간이 KIGL 하계리그 결선대회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리그를 포기하지 않고 2위에 올라 게임에

대한 열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KTB 퓨처스의 소윤은 그룹사운드 「에이스」의 메인보컬로 활동하기도 한 원조 연예인. SBS 무용단에서도 잠시 근무했던 소윤은 노래·춤·게임의 삼박자를 갖추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이밖에 드림라인의 박승인은 한때 그룹 「업타운」의 백댄서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n016의 권태규는 전직이 인터넷자키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