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꽉막힌 국가계약법안

『디지털경제시대에 부응하고 정부조달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확정,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재정경제부가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의 서문이다.

최근 정부가 진행중인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방향성을 보면 이같은 당초 개정취지를 의심스럽게 한다. 「전자입찰」의 근거조항을 신설함으로써 기업대정부간(B2G) 전자상거래(EC) 환경의 법적 틀은 마련됐다. 하지만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효성에 의심이 들 정도다. 오히려 새로운 「걸림돌」이라는 업계의 볼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전자입찰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매·역경매 방식은 허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경매·역경매 입찰을 불가능하게 하는 기존의 39조와 44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전자입찰을 도입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결국 입찰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해와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아닙니까. 경매·역경매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경쟁입찰을 통한 가격인하와 질 높은 제품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경영개선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전자입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가동을 준비중인 한 공기업 실무담당자의 토로다. 현 개정안은 종전 오프라인 입찰과정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 업무의 신속성은 담보할지 모르지만, 전자입찰의 실효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최근 자체 입찰시스템을 구축한 주요 공기업들이나 조달청·정통부·산자부 등 온라인입찰을 추진중인 부처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달청에서는 나름의 융통성을 발휘해 1회 조달액 3000만원 이하인 물품(수의계약)에 한해 경매·역경매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도 여의치만은 않다. 관행상 수의계약을 입찰에 부칠 경우 수의계약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과 현실이 복잡하게 뒤엉켜 판단이 흐려질 때, 늘 떠올리는 경구는 「근본과 취지를 되짚자」는 것이다. 국가계약법에 경매·역경매를 허용할 경우 「국가 입찰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재경부의 방침은 당초 전자입찰제 도입의 취지를 고려할 때 궁색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인터넷부·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