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청년의 회복을 국가의 책임으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청년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다. 배우고, 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시간이 청년기다. 다만 모든 청년이 같은 출발선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부터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진로를 뒤로 미뤄야 하는 가족돌봄청년, 사회와의 관계가 끊어진 채 오랜 시간 방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고립은둔청년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약 10만명의 가족돌봄청년과 54만명의 고립은둔청년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돌봄과 고립이라는 삶의 위기 속에서 학업과 취업,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기회마저 제한받고 있는 청년들이다.

오늘날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돌봄부담과 사회적 고립, 불안정한 일자리와 관계 단절은 서로 맞물려 청년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청년에게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회복의 전 과정을 함께하며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2024년 8월부터 위기청년 전담 지원체계인 청년미래센터를 4개 시도(인천·충북·전북·울산)에서 운영하고 있다.

청년미래센터는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 상담, 사례관리, 맞춤형 서비스 연계까지 회복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기관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 한 사람의 삶을 함께 설계하고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기 청년에게는 한 번의 지원이 아닌 끝까지 함께하는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족돌봄청년에게는 '자기발전계획'을 함께 세우고 교육, 일자리, 주거, 법률 등 자립에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한다. 특히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인 청년에게는 200만원의 '자기돌봄비'를 지원하여 돌봄으로 미뤄두었던 자기 계발과 건강관리, 심리 회복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기요양과 일상돌봄서비스 등을 연계해 가족의 돌봄부담도 함께 덜어가고 있다.

고립은둔청년에게는 전문 상담과 진단을 통해 회복 정도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일상 회복부터 관계 형성, 사회참여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회복한 청년에게는 취업 지원 사업과 연계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 상담과 자조 모임 운영을 통해 가족 관계까지 함께 회복하는 지원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실제로 위기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 시범사업은 의미있는 성과를 보였다. 가족돌봄청년들의 주당 돌봄 시간이 평균 7.1% 감소해 당사자가 온전히 미래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례로 청년 A씨는 어머니의 오랜 암 투병으로 간병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었으나 자기돌봄비와 심리 지원을 받으며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고 약학대학 합격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기도 했다.

고립은둔청년은 사업 참여 이후 은둔 성향이 20.4% 감소하는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전담 인력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락을 통해 청년미래센터를 안전한 공간으로 여기며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또한 소통과 성취의 경험을 거치며 삶의 만족도 점수도 61% 상승해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청년 B씨는 은둔을 깨고 청년미래센터의 '게임 가상 회사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게임 개발 업체의 인턴으로 첫 걸음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위기청년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받았을 때 스스로 삶을 회복하고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성과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지난해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국가와 지방정부의 위기청년 지원 책임이 한층 강화됐다.

오는 9월부터는 청년미래센터를 16개 시·도 전국으로 확대해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청년이라면 더욱 가까운 곳에서 전문적인 상담과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청년을 알아서 성장하고 자립해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데 익숙했다. 물론 청년의 도전과 자립은 여전히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나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미루거나,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어려움을 감당하는 청년에게까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사회구조가 달라진 만큼 국가의 역할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다. 청년미래센터는 이러한 철학을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실천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다만 청년의 회복은 어느 한 기관만의 역할로 완성될 수 없다. 국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청년의 곁을 지키고 필요한 순간 손을 내미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도 위기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회복과 성장을 끝까지 함께하며 회복의 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청년복지체계를 더욱 촘촘히 만들어가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965년 출생으로 전남여고와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보건학 석사,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장·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거쳤다. 2015년에는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이끌었다. 2020년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으로서 약 1년 반 동안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임상교수로 활동한 후 이재명 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