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장비시장에 `韓流` 열풍부나](3)만리장성 공략 장애물은 뭔가

 지난 3월 22일 중국 상하이 종합무역전시장. 중국전자회로협회(CPCA)가 주최한 상하이 국제 PCB전시회가 열린 그곳에는 일본·미국·유럽·대만 등 세계 400여개 주요 PCB 생산장비·소재업체들이 무려 1000여점의 최첨단 장비를 전시해 성황을 이뤘다.

 세계 최대 PCB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 각 국의 PCB 장비·소재업체들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드넓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외국 장비들 속에서 한국 장비는 고작 OTS테크놀러지에서 출품한 라미네이터와 노광기뿐이었다.

 이로부터 5개월이 지난달 24일 중국 선전 하이테크 전람회장. 선전 PCB 장비소재 전시회가 열린 이곳에는 국내 13개 PCB 생산장비업체들이 100여개에 달하는 생산장비·소재를 출품했다. 전시회 중앙에 자리잡은 한국PCB생산장비 공동전시관은 한국 장비기술을 관람하려는 중국 PCB업체 관계자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불과 5개월 사이의 변화 치고는 놀라울 정도였다.

 올초부터 불어닥친 세계 정보기술(IT) 기기시장 침체 여파로 PCB 생산장비업체들이 중국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광기업체인 OTS테크놀러지는 대만 소재업체인 하우테 및 중국 PCB 장비업체인 SLM사와 공동으로 PCB 생산장비 판매법인인 OTS하우테차이나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에덴기계·아텍엔지니어링·포이텍·후세기계 등이 현지에 생산공장과 AS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이밖에 한송하이테크·SMC·케피엠테크 등도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등 국내 PCB 장비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연말을 기점으로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점쳐진다.

 일단 국내 장비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이 좋다. 중국에서 PCB 생산장비를 전문공급하는 리밍더 금달위유한공사 사장은 “고가의 장비를 공급하면서도 AS 등에서 고압적인 자세를 견지해온 유럽계 PCB 생산장비업체에 불만을 갖고 있던 중국 PCB업체들은 한국산 장비에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반응과 중국 측의 행동은 다르다. 실제로 구매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기일이 걸린다. 중국 PCB업체들은 면전에서는 금방 장비를 구매할 것처럼 하다가도 실제 계약에서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한국 업체를 골탕먹이기 일쑤다. 중국에 장비를 수출한 업체는 불과 3∼4개업체에 총 300만달러 남짓한 실정이다.

 여기에다 중국 PCB 장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럽·대만계 업체의 견제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중국을 자신들의 안방으로 여겨온 이들 외국 업체들에 한국은 복병에 가깝기 때문.

 벌써 일부 외국 업체들은 한국 장비가 일본 제품의 복사품이며 한국에서는 별로 공급되지 않는 연구용 제품이니 하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일본 장비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첨단 PCB 분야에 국내 장비업체가 뚫고 들어가기가 더욱 힘들어진 실정이다.

 현지에 진출한 일본계 PCB업체들이 철저한 자국산 장비 채택주의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우리 PCB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다.

 따라서 현지에 진출하려는 국내 PCB업체들이 국산 장비를 대거 채택하는 것도 중국 PCB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안 중 하나라는 점을 국내 PCB업계가 인식해야 한다는 게 장비업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