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의 전략적 제휴 여부가 알려진 것은 불과 사흘 전의 일이지만 이미 지구촌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반도체 관련 주식시장은 물론, 대만의 반도체 주가 역시 폭등세를 기록중이다. 앙숙이었던 두 회사가 손을 잡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이다. 더욱이 제휴성사는 곧 세계 D램 시장 지각변동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항일 수밖에 없다. 이미 두 회사의 만남은 개인회사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의 관심사가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을 포함해 전세계인의 알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5일 서울 하이닉스 사옥에서 진행된 1차 협상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협상이 열리는 장소와 시간은 철저히 보안에 붙여져 극비리에 진행됐다.
어렵사리 협상장소 및 시간정보를 확보한 기자들이 협상팀을 촬영하기 위해 달려갔고 협상팀과의 접촉을 통제하는 보안요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화장실에 몸을 숨겨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에는 보안요원에게 기자들이 들켜 쫒겨 내려오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또 일부기자는 4일 오후 마이크론 협상팀이 이미 방한한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5일 오전 공항으로 달려가는 웃지못할 소동도 벌였다.
짧은 시간안에 협상을 처리해야 하는 두 회사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운명이 걸린 만큼 협상내용의 비밀유지가 중요하다는 것도 공감한다. 그러나 협상의 내용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언제, 누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으며 어떠한 일정으로 협상을 진행하는지 정도는 공개돼야 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비밀회동이 아닌 바에는 협상팀의 사진을 찍지 못할 이유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하이닉스의 문제는 이미 개인회사 차원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로 변한 지 오래다. 한국경제의 진로가 걸려 있는 핫이슈이자 빅딜을 추진했던 현 정권이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최대의 숙제이기도 하다. 하이닉스의 개인주주는 우리나라 인구의 5% 수준인 250만명에 달한다. 하이닉스가 국민기업이 되기를 주창한다면 채권단과 하이닉스는 국민의 알권리를 일부라도 충족시키려는 최소한의 성의가 필요하다.
<산업전자부·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