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52/끝)연중시리즈 좌담회

사진; ‘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 연중 시리즈 결산 좌담회에 참석한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정보격차 현황과 바람직한 해소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자신문사는 정보산업연합회, 장애인정보격차협의회와 공동으로 디지털정보시대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디지털평등사회를 만들자’라는 기획시리즈를 마련, 지난 1월부터 1년 동안 연재해왔다.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정보격차 현황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했다.

 총 51회에 걸쳐 진행된 기획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학계, 업계, 관련단체 등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격차 문제를 점검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참석자>

  남혜운 장애인정보격차협의회 사무총장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

  서이종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조정문 한국전산원 선임연구원

  최두진 정보문화센터 기획부장

  (이상 가나다순)

  사회 장길수 본지 IT산업부 차장

 

 일시: 2001년 12월 14일

 장소: 여의도 전경련회관 정보산업연합회 회의실

 

 △사회(장길수·본지 IT산업부 차장)=정보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정보격차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민관의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정보격차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이 낮습니다. 우선 정보격차의 정의와 범위 그리고 정보격차의 사회적인 함의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서이종(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정보화 진전에 따라 정보격차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아직 정보격차의 의미와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되어있지 않아 다소 혼동스럽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정보격차라고 하면 정보습득을 위한 기술격차로 인식하는 게 보통입니다.

 정보격차의 외연을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까지 넓히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정보격차 문제를 ‘디지털시대의 사회분열’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정보격차 문제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사회복지 차원, 사회 불평등의 문제로 접근하고 해소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조정문(한국전산원 선임연구원)=디지털정보격차는 크게 ‘접근의 격차’와 ‘활용의 격차’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동안 우리는 정보격차 문제를 주로 ‘접근의 격차’ 차원에서 다뤘습니다. 이에 따라 활용 차원의 정보격차 문제가 좀 소홀하게 다뤄지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 차원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하지만 단순히 정보접근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정보격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요. 앞으로 정부정책도 ‘접근의 격차’ 위주에서 탈피해 ‘활용의 격차’까지 고려한 전방위적인 차원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민경배(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정보접근의 격차와 활용의 격차 문제를 꼭 분리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활용의 문제를 해결하면 접근의 격차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가령 청소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한다면 자연스럽게 활용 문제뿐 아니라 접근격차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남혜운(장애인정보격차협의회 사무총장)=동감입니다. 하지만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은 정보접근조차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격차 문제가 심각한 장애인과 노인들이 최소한이라도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선 PC를 TV처럼 쉽게 쓸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배려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정보격차 문제는 단순히 장애인이나 노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것입니다. 예컨대 앞으로 디지털방송이 본격화되면 일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선택하거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게 분명합니다. 굳이 장애인 문제를 거론할 필요없이 앞으로는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고려한 서비스와 장비가 개발 보급되어야 합니다.

 △서이종=노인이나 장애인의 정보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우선 해소되어야 합니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문제로 정보격차 현상을 바라보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차원에서 장애인이나 노인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사회=흔히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정보격차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과연 앞으로 디지털 정보격차현상은 어떻게 진전될까요.

 △조정문=디지털정보격차의 심각성은 아날로그장비인 전화와 디지털 서비스의 대명사인 인터넷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전화는 대중적으로 보급되면 자연스럽게 정보격차 문제가 해소되지만 인터넷은 전혀 다르지요 . 인터넷은 진화하는 유기체와 같기 때문에 처음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갈수록 격차문제가 확대될 것입니다.

 △서이종=디지털정보격차는 정보화 초기엔 소외계층과 비소외계층의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보화가 급진전될수록 소위 파워유저간에도 새로운 격차가 발생, 심화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만큼 격차 폭이 커짐으로써 발생하는 사회문제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정보화 소외계층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정보를 탐색하고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합니다.

 △최두진(정보문화센터 기획부장)=9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정보화 측면에서 엄청난 압축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워낙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정보에 접근하지 못해 소외되고 삶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요. 사실 정보격차는 ‘속도’의 문제입니다. 누가 먼저 정보에 접근하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차이가 나지요. 단순히 정보기기의 소유나 디지털 리터러시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압축성장하는 정보화시대에는 정보접근성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사회=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보다 바람직한 대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민경배=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 등 정보화기반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있는 만큼 정보접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제는 활용문제에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동안 세대간 격차로 다뤄진 문제도 이제는 세대내의 격차 등으로 세분화하는 접근과 연구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그동안 정보격차 해소정책이 정보의 소비 측면을 강조했는데 앞으로는 정보의 생산측면에 역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최두진=그동안 정부가 앞장서서 주부 인터넷, 장애인 정보화, 지역 정보화 문제에 접근하면서 정보격차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고 양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개선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년이면 정보문화센터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보격차 사업이 일단 완료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정보격차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이제는 단순히 숫자 늘리기식의 정보격차 해소사업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지역이나 농촌지역에 설치 운영해 온 정보화센터의 바람직한 운용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상당수 센터가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죠.

 △서이종=정보격차 해소노력은 정부기관이나 기업이 맡아 전담하는 문제라기보다는 범 사회 및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례로 장애인, 노인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노력은 비단 컴퓨터를 몇 대 보내고 통신망을 제공하는 수준으로는 효과가 별반 없습니다. 노인 및 장애인 복지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장애인 정보격차 문제는 문화, 경제 분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보화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 전반적인 차원의 개선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는 시민단체들도 정보격차 사업에 앞장서야 합니다. 물론 시민단체의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제는 시만단체에서도 아이디어를 내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도 많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남혜운=정보화 소외계층은 정보접근권조차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경우 단순히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보다는 인간답게 살 권리 측면에서 정보격차 해소노력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외계층 입장에서 보면 접근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활용 문제로 넘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보화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화 교육은 그동안 장애인이나 노인 문제에 대해 전혀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이 교육을 담당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보화 교육이 부실하기 짝이 없지요. 앞으로는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교육도 전문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정보격차 실태조사도 이뤄져야 합니다. 기초조사없이 제아무리 정보격차 해소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정책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죠.

 △조정문=현재 장애인과 장년층의 정보소외 현상이 가장 심각합니다. 의외로 소득에 의한 PC보급률이나 지역간 격차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해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세대내 정보소외 문제나 활용의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리=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