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IT업계 `산사나이` 2인

 “거의 다 왔어요. 100m 정도만 더 올라가면 정상입니다.”

 거짓말인 줄 뻔히 안다. 하지만 허허 웃으며 즐거워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 말을 듣는 재미로 산을 오른다고 한다. 옷깃을 부딪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나누는 정감어린 말 한마디에 속세의 답답함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만 나면 취미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암벽타기 등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등산 자체는 손쉽게 자연과 접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상에 올라 외치는 환호성만으로도 일주일간 쌓였던 피로를 말끔히 잊게 된다. 새로운 한 주를 버틸 수 있는 활력소를 가슴 한 구석에 담고 내려오게 마련이다.

 ‘결국 내려와야 하는 것을 왜 오르는지 모른다’고 이해를 못하던 사람들이 등산에 매료되는 이유다. 한두번 쫓아다니다 나중에는 주변 친지·동료들을 새벽부터 깨워 산을 오르도록 닦달할 수밖에 없는 그 무언가가 ‘산’에 있는 것이다.

 효성 컴퓨터사업부의 이성철 대리는 회사내 등산 동호회에 한두번 참석하다 산의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등산을 즐기고 있는 좋은 예다. 효성 산악부의 회장인 이 대리는 매월 2회 이상 산행을 하고 있다. 북한산·도봉산·아차산·관악산 등 서울근교에 위치한 산부터 시작해 한라산·설악산·지리산 등 국내의 어지간한 산은 한 눈에 꿰고 있다.

 “눈 덮힌 태백산의 모습과 하산 길에 맛본 눈썰매 타는 재미,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본 동해의 일출, 소백산의 운무, 검단산에서 바라본 노을 진 서울의 모습 등 모든 것이 기억에 남지요. 특히 작년에 다녀온 천지의 모습과 백두산의 위용은 감동과 전율 그 자체였답니다.” 백두산의 천지를 바라보며 이성철 대리는 매년 해외의 유명한 산에 적어도 한번씩은 오르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 그 첫번째 목표로 보르네오섬에 있는 키나바루를 잡았다.

 LG칼텍스정유 정보기술지원팀의 김경수 대리는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도 산에 오르는 과정을 좋아한다. 직장 동료들과 몇 차례 무심코 산에 오르다 ‘이것이야말로 신선놀이다’라는 생각에 등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등산은 자신감, 도전정신을 자발적으로 발생시키고 창의적 업무처리에 도움을 준다’는 등산 예찬론자로 변했다.

 최근에야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산을 찾는 횟수를 줄이고 있지만 4∼5년 전만 해도 한달에 5, 6번 이상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렸다. 직장을 마치자마자 무조건 강원도행 버스를 타고 등산을 했던 적도 있다.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채 산에 오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웬 만한 정성 아니고서는 힘든 얘기다.

 10여년 이상 산에 오르다보니 무등산, 월출산, 속리산 등 국내 1박2일로 가능한 모든 산은 한번 이상 정상을 밟아봤다고 한다. 어떤 산을 추천해주겠느냐는 질문에 김 대리는 자신있게 답한다. “내장산에 꼭 가세요. 갈대밭이 너무 멋있답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