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할인판매 제살깎기 `위험 수위`

 백신 업계의 출혈경쟁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신 업체들은 제품을 판매할 때 정상가격의 50%를 할인하는게 일반화되고 있으며, 심하면 98%를 할인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일반 기업은 물론 명확한 조달단가가 정해져 있는 공공기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신 업계에서는 “출혈경쟁은 다 같이 망하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실적 올리기와 고객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저가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한 통신업체는 최근 국내 백신 업체와 모든 사업장에 설치되는 백신 공급계약을 연간 2000만원에 맺었다. 이 업체는 통신사업의 특성상 대규모 서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데스크톱 컴퓨터도 2000여대에 이른다.

 백신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규모에 맞는 백신 정상가격을 연간 약 1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백신업체들이 대형 통신업체를 고객으로 만든다는 상징적 성과를 노린 과열경쟁으로 공급가격이 98% 할인된 것이다.

 지난달 본청과 관내 산하 공공기관에 백신을 일괄 도입한 모 도청 입찰의 경우 정상적인 예상가격이 5000만원 정도였는데 낙찰가격은 약 2100만원에 결정됐다. 이 입찰은 백신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백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까지 일괄공급하는 형태로 하드웨어 가격만도 1700만원에 달했다. 결국 하드웨어를 제외한 정상적인 백신 가격은 3300만원 정도지만 85%가 할인된 400만원에 공급된 셈이다.

 정부 조달 규정상 업체가 조달단가를 지키지 않으면 해당 공공기관 감사 등의 조치가 가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3000만원 이하의 계약은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업체와 직접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감사도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 백신 업체의 영업팀장은 “최근 백신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할인폭이 더 심화되는 추세이며, 그나마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가격을 인정해주는 일반 기업에 비해 공공기관에서 할인 요구가 심한 편”이라며 “공공시장의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30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수의계약 가능 금액을 제품에 따라 다양화하고 조달단가를 지키지 않는 업체에 대해 명확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