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N2002`로 본 정보통신 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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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비업체의 연구담당자들이 TTA 네트워크 시험센터에서 다른 회사 인터넷전화장비(H.323기반)의 실제 연동 운영시 생기는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호운용성 시험이 표준의 완성도와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비업체의 시장진입을 원활히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A사는 음성데이터통합(VoIP) 통신장비업체다. 이 회사는 한 통신사업자의 VoIP 장비 벤치마킹테스트(BMT)에 참가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장비를 수정하느라 2∼3주나 걸렸다.

 통신업체의 기존장비와 함께 사용했더니 신호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적용한 기술이 서로 다른 데 있었다.

 이 회사는 개발단계부터 관련 표준기구인 IETF의 표준을 충실히 따랐다. 여러 장비가 신호를 주고받는 통신장비의 특성상 호환성 확보는 생명과 같이 중요하다. 세계 공통으로 제정된 표준을 따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작 다른 업체의 장비와 실제로 연동시키면 신호가 중간에 끊기거나 일부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주된 이유는 해당 장비에 규정한 세부사항들이 서로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각 업체의 기술인력들은 BMT를 앞두고 기존 장비의 다이얼링 시간규정, 신호처리 시간규정, 패킷길이 등을 수정하느라 진땀을 흘리기 일쑤다.

 이같은 사례는 장비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흔히 겪는 일이다. 문제는 제정표준이 실제 운용이나 개발단계의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준이 너무 복잡해지고 업체들이 신기술을 개발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표준제정 단계에선 이 부분까지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체들은 장비개발 당시 입력한 세부사항들을 수정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이중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비업체 B사의 연구소장은 “장비간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에 따른 규정사항을 입력시켜 놓고 첫번째 시도로 안되면 자동으로 다음 규정으로 넘어가는 기능을 추가한다”며 “그래도 실제 연동시 오류가 많아 다시 작업해야 하는 등 시간적으로나 인력투입 면에서나 낭비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상적으로 서비스업체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실질적인 주도권을 가진 업체의 장비에 세부사항들을 맞춰야 하는데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아 개발단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장비수정 작업에 한달 가까이 걸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시간이 돈인 디지털시대에서 이같은 시간지연은 특히 수출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VoIP장비업체인 코스모브리지 최찬규 사장은 “상호운용성 확보를 통해 중복 테스트를 생략하는 장비업체의 효율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며 “특히 해외수출시 시스코 등 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장비와 연동성을 확보하면서 국내업체간 운용성이 확보된다면 패키지 형태의 공동진출 가능성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표준화기구인 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ETRI·KISA·VoIP포럼와 함께 업체간 장비연동 시험을 통해 표준의 실효성을 높이려고 한다.

 우리보다 앞서 이러한 문제를 경험한 외국에선 기술 표준 실효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유럽지역 표준화기구인 ETSI는 플러그테스트라는 상호운용성 시험을 지난 99년부터 시작했다. 99년 1회에 그친 테스트는 2001년 7회, 2002년 10회까지 늘어났으며 참여업체도 50∼60여사로 늘어나 표준의 완성도를 높이고 업체의 표준활용도와 상호운용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MTC(International Mutimedia Telecommunication Consortium)의 슈퍼옵(SuperOp) 테스트에는 ETSI·SIP포럼·TTC(일본 표준화기구)·ISC·3GPP 등 표준화기구와 H.323, SIP 관련 30여업체,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표준에 근거한 상호운용성 시험을 실시 중이다.

 TTA네트워크시험센터 성종진 팀장은 “표준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까지 전시회와 워크숍 위주로 치러지던 ION(Interoperable Open Network) 행사를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시험인증 행사로 전환, 통신장비의 원활한 상용화와 기술표준의 완성도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