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에서는 대덕IT포럼의 창립 1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지역의 기업체 대표·교수·자치단체 공무원 등 산·학·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돌을 맞은 대덕IT포럼을 축하하고 무궁한 발전을 기원했다. 멀리 대구와 전주 등지에서도 많은 축하객이 찾아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날 참석한 기업 중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은 찾아볼 수 없었고 참석자도 200여명에 불과했다. 외형적으로는 지역의 작은 행사 정도로 비칠 수 있겠지만 그 의미는 남달랐다.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IT산업을 각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육성해보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대덕IT포럼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년을 알차게 넘겼기 때문이다.
대덕IT포럼은 지난 1년 동안 정례포럼 등을 통해 대덕밸리를 비롯한 타지역과의 IT산업 및 기술발전을 위한 정보공동체 기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 조성에 앞장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덕IT포럼은 그동안 국내 지역 IT산업계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가장 큰 성과를 올렸다. 대표적인 사례는 올초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및 대구IT포럼과 상호교류협력을 체결한 것으로 이를 통해 IT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공동개발과 시설·장비 공동활용, 마케팅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제주지식산업진흥원 및 제주IT포럼과 상호협력 조인식을 갖고 두 지역간 IT기업 육성을 위한 협력 채널이 구축했으며 매년 1회 정례 심포지엄을 개최키로 했다.
이처럼 각 지역의 IT포럼간 협력이 활성화되면서 경남과 울산에서도 IT포럼이 만들어지는 등 IT산업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산·학·관의 협력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IT포럼들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서 이들 지역의 IT산업 환경이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몇 년 동안 공을 들여 지원해서 어느 정도 사업 규모가 커지면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를 들어 미련없이 서울로 떠나버립니다.”
벤처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어는 공무원의 푸념이다. 이 말을 통해 지역에서 IT산업을 키워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는 것이 지역 IT산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지역에서 IT벤처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이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자체와 대학·연구기관이 IT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확실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가 날아간다고 해서 새를 원망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새가 둥지를 틀고 살아가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벤처지원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 공무원은 지방에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어가는 작업이야말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그의 환한 얼굴을 보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역 벤처산업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병억 산업기술부 부장대우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