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쇼핑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TV홈쇼핑 업체에 사상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동안 홈쇼핑 업체에 시정명령이나 경고 혹은 사과광고 등을 내린 적은 있지만 벌금형(?)을 부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액으로는 5개사를 통틀어 10억원 안팎.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과징금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당사자인 홈쇼핑업체들은 무척 당황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에 대해 “부당한 광고행위 등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크게 늘어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홈쇼핑업체는 이와 관련,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업계 내부에서는 적잖은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홈쇼핑 사업자의 주무부처가 방송위원회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공정위라는 기능과 권한을 인정하지만 엄연히 홈쇼핑 채널은 방송위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방송과 관련해서도 이미 방송위에서 정기적으로 사후심의를 통해 불건전 상품광고를 걸러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홈쇼핑의 부작용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집중 거론되면서 심의를 더욱 강화했으며 자정노력도 벌여왔다.

 방송위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주무부처의 권한과 책임을 무시한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 과징금까지 부과했다는 것은 방송위 심의자체가 말 그대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거나 방송위의 지휘·감독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부당, 혹은 허위 광고를 줄여오는 노력을 벌여왔고 자정노력까지 벌이는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따귀(?)를 맞았으니 당연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주무부처인 방송위보다 공정위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정위건 방송위원회건 상관없다. 부당한 광고로 피해를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래저래 피곤한 것은 속앓이만 하고 있는 홈쇼핑 업체다. 물론 공정위도 그렇게 비쳐지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만 홈쇼핑업계 일각에는 이번 시정조치가 대선을 앞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홈쇼핑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위상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까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보가전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