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세대 LCD설비 추가 투자 결정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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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삼성 5세대 라인 기판당 패널 취득 장수

삼성전자가 추가 5세대 TFT LCD 라인(L6) 투자를 결정한 것은 최근 LG필립스LCD의 맹추격에 의해 잠시 흔들렸던 자존심을 회복, 장기적으로 LCD 지존의 위상을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사실 그동안 TFT LCD 세계 1위를 4년째 고수해 왔다. 하지만 5세대 투자에서 반년 이상 앞선 LG필립스와의 생산능력 갭을 극복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따라서 이번 추가투자 결정은 LG필립스의 벽을 넘어 세계 1위 수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AUO 등 대만업체들이 5세대 라인 투자에 들어간 상황에서 후발 업체들의 5세대 투자를 사전차단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는 ‘다목적용’이란 해석이다.

 ◇왜 1100×1300인가=삼성은 5세대 확장투자를 선언하며 ‘새로운 5세대’란 용어를 사용했다. 기판사이즈가 기존 5라인(L5)의 ‘1100×1250㎜’가 아니라 ‘1100×1250㎜+알파’란 것. 그러나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100×1300㎜’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이 ‘1100×1300㎜’를 채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L5와는 다른 제품을 전략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다. 사실 L5는 모니터용 17인치, 19인치에 최적화된 라인이지만 다른 제품에선 기판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가로측을 50㎜ 가량 늘릴 경우 15인치 노트북용(16개)과 20인치 모니터용(9개) 등 여러 모델의 기판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기판효율은 대외경쟁력과 가장 밀접한 부분이다.

 바로 이점이 삼성의 5세대 추가투자가 LG를 직접 겨냥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LG의 5세대(1000×1200㎜)와 4세대(680×880㎜)라인이 각각 15인치와 20인치대에서 거의 완벽한 기판 효율을 내지만 ‘1100×1300㎜’라인에 비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 특히 현재 15인치, 20인치 패널은 새로운 유망 LCD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 부문 세계 최강이 다름아닌 LG다.

 ◇공급과잉 오나=삼성의 추가투자 결정으로 내년 하반기 세계 TFT LCD 시장의 ‘오버 서플라이’(공급과잉)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LG·삼성AUO 등 업계 빅3의 5세대 투자로 가뜩이나 공급초과가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의 60% 이상의 추가설비 투자계획이 발표된 탓이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오버 서플라이설은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측은 “LCD모니터 시장의 고성장세가 2005년까지 지속, 시장규모가 올해보다 2.5배 성장한 7500만대에 이를 것”이라며 “반면 6세대에 맞춰질 LCD TV시장은 2005년쯤 돼야 1000만대(12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의 판단이 설사 옳더라도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에 대응해 LG필립스와 AUO, 그리고 대만 일부 업체가 투자계획을 늘려 잡는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삼성과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LG필립스가 삼성의 이같은 공세에 순응할지는 미지수다.

 ◇LG측의 반응=삼성의 대반격으로 LG는 ‘숙원’이었던 세계 1위 달성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현재로서는 5세대 라인가동 시점이 삼성보다 7개월 가량 빠른 데다 생산능력이 많아 세계 1위 유지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삼성의 추격(램프업)이 빨라지고 있는 데다 6만장 규모의 추가투자 결정으로 그대로 있는다면 역전은 시간문제다.

 따라서 LG 역시 어떤식으로든 추가투자를 통해 삼성에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LG측은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LG측은 “삼성의 이번 발표에는 세부계획이 빠져 있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일단 당초 계획대로 12만장을 목표로 투자 페이스를 유지하되 생산능력보다는 매출·수율·수익성 등 질적성장에 우선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반향=삼성전자의 이번 5세대 확장투자는 국내 TFT LCD 장비 및 부품, 소재업체에 단비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장비업계는 삼성과 LG의 기존 5세대 후속투자에 이어 삼성 L6라인 셋업에 1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수반, 적지 않은 ‘보너스’를 받게 됐다.

 삼성의 L6가 15인치 및 20인치 제품에 타깃을 두고 있어 관련 부품·소재업계 역시 이 시장 활성화에 따른 반대급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관련 모니터업체들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공급이 늘어날수록 관련 모듈 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용자층이 확대돼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