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25일이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새정부가 출범한다.
노무현 당선자는 ‘변화와 개혁, 성장과 분배’를 강조하고 있어 새정부의 정책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IT정책에서도 차기정부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노무현 차기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이 인터넷과 네티즌의 승리라는 표현을 쓸 만큼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아젠다인 변화와 개혁, 성장과 분배의 근저에는 IT가 깔려 있다. 노 당선자가 이끄는 새정부의 IT정책이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지 알아본다.
◇온라인 참여민주주의 도입과 확산=인터넷 선거 덕을 톡톡히 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참여민주주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거 및 투개표제도의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존 선거법을 시대변화에 맞게 개정하는 한편 이미 도입된 전자개표시스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자투표제도의 전면적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를 통해 입법·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감시기능을 제고하고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온라인 인권구제시스템 구축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보화 추진체계 개편=노 당선자는 국가 IT정책의 효율적 조정 및 통합 메커니즘 확립을 위해 정보화 추진체계 개편을 약속했다. 새정부는 국무총리 산하 정보화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킬 예정이다. 또한 IT수석을 신설해 국가정보화와 관련된 모든 정책을 조정하고 조율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획과 평가 등 실무는 기존처럼 정보통신부의 정보화기획실에서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는 대통령-국무총리-정보화추진위원회로 이어지는 추진체계를 대통령-IT수석-정보화추진위원회로 전환, 대통령을 대리하는 IT수석을 통해 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자정부 운영체제 개편=정보화 추진체계의 개편과 함께 전자정부 운영체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효율적인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우선 국가 CIO직제가 신설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정보화를 책임지는 국가CIO라는 직제가 없었으나 새정부는 IT수석이 국가CIO를 겸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CIO 밑에는 각 부처 CIO를 두고 일사불란한 전자정부사업을 펼치게 될 예정이다. 그동안 부처 CIO는 각 부처에서 예산과 총무를 담당하는 기획실장이 겸임을 해왔으나 새정부에서는 차관이 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전자정부를 IT수석이 각 부처 차관을 통해 조직적으로 통합·조정할 수 있게 된다.
◇IT 정책조율 강화=갈등·중복관계에 있는 IT관련 부처간의 주요 정책 조율체계도 IT수석을 통해 강화될 전망이다.
새정부는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지만 당선자가 경쟁을 통한 IT효율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IT관련 부처간 통폐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새정부는 IT정책의 무게중심을 타 부처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정보통신부에 두고 있어 정보통신부의 위상과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의 기능과 역할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통신규제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갈 공산이 큰 만큼 기존의 정보화기획실과 함께 산업육성 기능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이 경우 산자부·문화부·과학기술부 등 타 부처와의 중복은 불가피하나 IT수석을 통한 조정기능 강화로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통합 전자정부 구현=새정부는 1단계 전자정부사업인 민원행정의 온라인화가 완료된 만큼 2단계 사업으로 국가업무혁신(BPR)과 통합지식정보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각 부처의 행정업무를 혁신하고 행정·입법·사법기관간 DB를 통합해 완전한 업무공조체제를 구축, 행정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선 기반의 행정서비스를 무선 기반으로까지 확대해 유무선 통합기반의 행정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사이버국민 대포럼을 마련, 다양한 국가현안에 대한 국민의견을 온라인 실시간으로 수렴하고 국민생활안전을 위한 재난·재해시스템도 통합운영하고 안전한 전자정부를 위해 ‘재난복구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통합=새정부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응해 문화부 산하 방송위원회와 정통부 산하 통신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금융감독위원화와 같은 민관공동의 독립기구로 설립될지 아니면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정부기구로 개편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되더라도 방송산업과 통신산업의 규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의 경우 새정부는 현 정부처럼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고 디지털TV 전송방식도 기존처럼 미국식 HDTV방식을 고수할 방침이다. 또 이미 민영화가 완료된 통신산업에서는 공정 시장경쟁을 위해 선후발사업자간 유효경쟁정책을 계속 지켜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송의 디지털화와 데이터통신의 영상화 등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라 방송에대한 개념규정이 바뀔 경우 현재는 분리돼있는 방송사업자와 데이터통신사업자의 인허가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이에 따라 방송심의와 통신콘텐츠에 대한 심의 및 방송윤리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심의기구에도 상당한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HDTV 방식 고수=새정부는 디지털TV 전송방식의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미국식 HDTV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시점에서 전송방식을 변경할 경우 기존 방송사들의 시범방송이 중단돼야 하고 상당기간 디지털방송 전환작업도 지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송신과 제작시설을 교체해야 하고 디지털TV를 구입한 사람들과 미국 전송방식에 따라 수신기를 양산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정부는 이미 디지털방송 전환작업이 상당히 진행돼 수도권에서 주당 10시간 이상 시범방송이 실시되고 있고 올해부터 광역시까지 시범방송이 확대될 예정인 만큼 전송방식 변경은 더 큰 손실을 초래할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송광고시장 개방=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해온 방송광고시장이 개방된다. 새정부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의 독점은 방송광고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어 개선을 계속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제도를 폐지하고 곧바로 경쟁체제를 도입할 경우 미디어렙간 과도한 경쟁으로 방송광고요금 폭등 및 방송의 상업성 심화, 신문사 및 종교방송의 경영악화 초래 등 부작용이 예상돼 연착륙을 위한 보완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새정부는 한시적으로 공영방송사의 방송광고는 공영 미디어렙이, 민영방송사의 방송광고는 민영 미디어렙이 전담 판매하는 공·민영 영역구분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방송민영화 보류=유료매체인 위성방송이 시작됐고 케이블방송의 확산과 다채널 디지털방송환경이 도래함에 따라 방송시장의 상업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새정부는 KBS·MBC의 민영화를 상당기간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상업화가 급진전되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의 공익성과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상파방송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 산업적 측면보다는 문화적 정체성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시장 개방은 우리 제반 여건이 개방을 해도 우리에게 문화적 충격이 없을 만큼 성숙되고 방송산업의 경쟁력이 확보됐을 때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신 유효경쟁체제 고수=새정부는 국민과 이용자의 편익과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신3사가 유효경쟁이 가능하도록 공정한 심판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통신분야 유효경쟁체제는 새정부에서도 고수될 전망이다.
새정부는 통신서비스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3강간의 건전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보며 3강이라는 수적인 의미보다는 유효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교육제도 개선=학생선발 방식과 시기·정원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자율화가 촉진될 전망이다. 새정부는 과학기술인력의 수급불균형을 시장원리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자율적으로 학과별 정원을 결정하고 학생 선발방식과 시기도 결정토록 할 계획이다.
또한 각 대학과 기업간의 교육협력시스템도 활성화시켜 커리큘럼이 이론 중심에서 실험연구 중심으로 전환되고 학제간·전공간 융합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공계 학생 지원확대=이공계 기피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공계 대학생 3명 중 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또한 이공계 대학원생 전원에게 전액 학자금 융자제도를 도입해 학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빌린 학자금은 졸업후 일정 기간 뒤 최저금리로 분할납부토록 할 예정이다.
또한 대학 또는 대학원의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병역특례도 확대된다. 새정부는 이공계 병역특례자에게 그동안 병역 의무복무기간을 5년으로 했으나 이를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PBS제 사실상 폐지=새정부는 연구과제중심운영(PBS)제도를 사실상 폐지할 방침이다. PBS제도는 원래 연구원의 연구개발 성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연구원이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데 급급하도록 해 오히려 연구분위기를 해쳤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새정부는 출연연에 기본인건비를 기존 40% 안팎에서 70%까지 확대지급해 연구원들이 안심하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대신 PBS제도는 취지를 살려 연구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편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연구회 기능 재분배=정부출연연의 연구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를 위해 출연연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소관을 부처별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기존 연구회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새정부는 응용연구와 공공성을 갖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출연연구기관을 각 부처 소관으로 변경한다면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또다시 훼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연구회의 기능을 재분배해 연구개발예산의 자율배분권과 연구원 충원 등에 대한 책임을 연구회에 부여하고 평가기능을 강화해 출연연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공계 출신 정부진출 확대=새정부는 정부고위직에 대한 이공계 출신비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공계 출신자 최소임용비율 할당제도’를 도입, 과학기술관련 부처와 기관에는 이공계 출신이 50%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형 국책사업 및 정부 개방직에 과학기술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부 3급 이상 고위 관리직에 과학기술인 30% 임용을 위해 이공계 출신 기술직 공무원에 대한 관리자교육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에 과학기술 수석비서관을 신설, 국가 R&D 종합조정과 정책조율 기능을 담당토록 할 예정이다.
◇100대 일등기술 개발=새정부는 5년 내 세계 5위권 기술강국을 목표로 IT분야의 R&D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세계 초일류 100대 일등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10대 IT분야 차세대 선도과제를 발굴,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가 R&D를 GDP대비 3%로 확대하고 정부예산 중 R&D 비중을 7%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의 IT 연구개발투자 확대유도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과 병역특례도 확대하며 국가연구개발사업에의 민간참여도 확대시키는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북아 IT허브기지 구축=새정부는 한국을 동북하 IT허브기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범아시아권 전자정부 공동사업과 동북아 각국의 무역망을 연결하는 사이버 무역망 구축을 선도할 계획이다.
또한 동북아표준공동포럼의 구성과 운영을 주도하고 산업·기술·상품 등에 대한 표준화된 글로벌 DB도 선도적으로 구축, 동북아 정보센터로서의 위상을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물류·항만·해운·항공 등 국가기간망을 중심으로 중국·일본 등 타국 물류망과 상역망간의 연결을 추진, 전자상거래를 통해 동북아 교역의 허브로, 영상·음반·게임 등의 미디어 산업과 애니메이션·출판·방송 등 문화산업 콘텐츠의 중심지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