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엔젤투자 활성화

◆디지털경제부·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지금은 빛바랜 얘기지만 한때 엔젤투자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었다. 벤처산업이 막 걸음마를 떼던 시절 엔젤투자가들은 벤처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만을 보고 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던터라 초창기 벤처인들에게는 ‘천사’임이 분명했다.

 얼마전 만난 한 벤처기업 사장은 자사에 투자한 엔젤투자자를 향한 서운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창업 3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이제 먹고 살만하게 되자마자 투자자들 때문에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유는 지난해 이 회사의 사업실적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면서 ‘이제는 잘 나가고 있으니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비싼 값에 다시 매입해 달라’는 엔젤들의 압력이 더욱 가중됐다는 것이다. 그는 엔젤들의 지나친 주식매입 요구 때문에 발목이 잡혀 올해 사업전망을 예측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중기청이 추정하고 있는 지난해 엔젤투자규모는 40억원. 이는 최고 1500억원에 달하던 지난 2000년 투자규모의 40분의 1에 불과한 액수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렇게 엔젤투자가 급감한 이유를 엔젤 소유 주식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마땅한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터에 코스닥 등록전까지 유동성이 거의 없다시피 한 벤처기업 주식을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누가 과감하게 사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 최근 엔젤투자를 바라보는 대다수의 입장이다.

 하지만 초창기 엔젤투자자들이 자신들에게 보여줬던 ‘헌신’과 ‘유대감’을 기억하는 벤처인들은 많다. 이들 대다수는 아직도 엔젤투자가 단기 회수만을 노린 투기의 한 방편이 아니라 미래가치에 대한 중장기적인 세련된 투자모델이라고 확신한다.

 요즘처럼 벤처투자가 침체된 상황에서 새내기 벤처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 벤처기업가와 엔젤들의 ‘공모’는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얼마전 정부도 엔젤투자협력체(KBAN:Korea Business Angel Network)를 결성하는 등 위축된 엔젤투자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조직구성이 아니다. 결성목적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가 하는 점이다. 엔젤투자 협력체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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