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특집]차례 지내고 극장가자

 명절연휴는 1년 가운데 극장가가 방학시즌 다음으로 성수기를 맞는 시기. 유수의 배급사들이 대박영화를 명절연휴때 내걸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가문의 영광이 500만명 이상의 전국 관객을 동원한 것도 명절연휴라는 특수를 이용해 관객몰이에 성공한데서 출발했다. 올 구정연휴에는 8편 8색이라고 할 정도로 각 상영작들이 나름대로의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 화제다. 이중간첩, 영웅, 캐치미이프유캔, 큐브2, 클래식, 트랜스포터 등 진지하고 비장한 작품에서부터 화려하고 신기에 가까운 무협, 두뇌게임을 요하는 공포물, 유쾌한 미국식 코미디, 박진감 넘치는 스펙터클 액션, 정통 멜로물 등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웅=영웅은 27일 현재 인터넷 티켓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서 예매율 38%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 스코어만 보면 같은 날 개봉한 캐치미이프유캔이나 이중간첩보다 15∼20%포인트나 앞선다. 와호장룡 이후 화려한 무협액션에 어느 정도 목말라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웅은 전국 7웅으로 불렸던 시절 진나라 왕 ‘영정’은 중국 대륙 전체를 지배하여 첫번째 황제가 되려는 야심에 가득 차 있었던만큼 나머지 국가의 가장 큰 암살 표적이다. 그러나 암살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에게도 두려운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세 명의 자객 ‘장천’과 ‘파검’ ‘비설’이다. 영웅은 특히 붉은 색, 푸른색, 흰색 등 색깔이 상징하는 바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특징. 심내전, 수상비, 화폭풍 등 기기묘묘한 새로운 무술들이 화면을 압도한다.

 

 ◇이중간첩=24일 전국 개봉으로 관객을 만난 이중간첩은 주제의식이 진지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한석규와 고소영을 오래간만에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은 관객들은 기꺼이 볼만한 영화. ‘위장귀순한 이중간첩’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긴장감 넘치는 플롯과 인물의 내면심리를 파고드는 심도 깊은 이야기로 시종 무겁게 영화를 끌고 나간다.

 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그 어느 조국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두 개의 자아로 살고 있는 림병호와 윤수미의 삶을 통해 시대적인 아픔을 느낄 수 있지만 영화보는 재미는 쉬리나 공동경비구역JSA를 넘지 못한다.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을 선택한 김현정 감독의 시도는 좋았지만 두 주연배우 사이의 연민과 사랑도, 이중간첩이 조국을 등지고 제3의 나라를 택하는 개연성을 제대로 표현해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캐치미이프유캔=최고의 영화브랜드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 제작한 화제작. 톰 행크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주연배우도 쟁쟁하다. 특히 60년대 미국에 실존했던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의 실화를 영화화해 현실성이 더하다. 1965년 FBI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발생한다. 파일럿을 가장해 모든 비행기에 무임승차는 기본이고 50개주 은행을 순회하며 무려 140만달러를 횡령한 희대의 사기꾼이 나타난 것이다. FBI는 최고의 베테랑 요원 칼(톰 행크스)을 수사작전에 투입하고 번번히 놈의 속임수에 당하던 칼은 드디어 오랜 추적 끝에 범인의 정체를 알아낸다. 17살 천재 사기꾼과 FBI 요원의 유쾌한 머리싸움이 시작된다.

 

 ◇스몰 타임 크룩스=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OK. 게다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플레이보이 휴 그랜트까지 출현하니 더할 나위 없다. 우디 앨런이 6년만에 국내 선보이는 작품으로 기발하고 앨런다운 고품격 코믹영화다.

 전과자인 좀도둑 레이와 네일숍에서 일하는 아내 프렌치는 뉴욕 상류층으로 신분상승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꿈. 어느날 레이는 은행을 털 계획을 세우고 은행 옆 가게에 프렌치가 쿠키 가게를 차린다. 레이는 은행을 통할 수 있는 지하실 벽을 뚫기 시작해 엉뚱한 실수만 연발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프렌치의 쿠키장사는 일확천금을 얻게 해준다.

 

 ◇큐브2=99년 한 신인감독의 데뷔작 한편이 전세계 호러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큐브가 하이퍼큐브인 큐브2로 돌아왔다. 불과 35만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던 큐브는 큐브2에서 할리우드 작품으로 부활했다. 전작 큐브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큐브2에도 충분히 눈길을 줄 만하다. 실험실에서 실종되었던 그녀가 어느새 새하얀 큐브 속을 헤매고 있다. 아무도 보이지 않은 채 큐브 속엔 6개의 똑같이 생긴 금속 문만이 닫혀 있다. 큐브 속 유일한 실마리는 60659. 하나 둘씩 사람들이 시체로 변하고…. 도대체 큐브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4차원 하이퍼큐브로 이전보다 한층 더 복잡한 음모가 숨어있다는 이 작품은 전편처럼 마지막에 보는 이의 허를 찌르는 결론을 도출한다.

 

 ◇클래식=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멜로물. 손예진, 조인성, 조승우 등 젊은 스타들을 캐스팅해 30여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는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화면에 담았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혜와 수경은 연극반 선배 상민을 좋아한다. 하지만 호들갑스런 수경이 상민에게 보낼 편지의 대필을 부탁하고, 지혜는 수경의 이름으로 상민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지혜의 편지로 맺어진 수경과 상민이 가까워지면서 지혜는 괜한 죄의식에 상민을 멀리 하려 하지만 우연하게도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

 

 ◇트랜스포터=뤽 베송 제작군단이 선보이는 새로운 스피드 액션. 초고속 스피드의 카메라 워크, 역동적 화면,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의 액션이 볼거리다. 특수부대 출신인 프랭크는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비밀리에 운반하는 트랜스포터 일을 하고 있다. 불법적이고 위험한 일을 하는 그는 철저히 룰(rule)에 따라 스피디하게 행동한다. 이 룰은 첫째,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말 것, 둘째, 거래는 익명으로 할 것, 셋째, 절대 포장을 열지 말 것. 이 룰이 깨지면서 프랭크는 점점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영화 초반에 선보이는 자동차 추격신은 관객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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