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포스트PC 칩시장서 인텔 벽 뛰어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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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포스트PC시장에서 경쟁자로 맞붙었다. 메모리(삼성전자)와 CPU(인텔)로 PC시장 성장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왔던 양사가 영원한 우군의 관계를 접고 플래시메모리와 CPU가 통합되는 포스트PC시장에서는 전면 경쟁을 펼치는 적이 된 것. 쇠락하는 PC시장을 대체해 PDA·스마트폰 등으로 대변되는 핸드헬드PC시장이 급부상한 만큼 새로운 경쟁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은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이 통합되는 만큼 컴퓨팅 진영의 대표주자인 인텔과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한 삼성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발목잡는 삼성전자=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인텔의 아성으로만 여겨져왔던 PDA(포켓PC)시장에 자체 개발한 CPU(모델명 S3C2410)를 내놓고, 본격 영업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인텔은 CPU시장의 아들뻘 되는 삼성전자가 인텔과 전면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삼성전자가 인텔의 최측근인 HP를 고객으로 빼앗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계약물량은 밝히지 않았으나 HP가 지난해 약 160만대의 PDA를 출하했고 올해 200㎒급 중저가시장을 공략해 시장확대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가 적어도 20만개 이상의 장기계약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중국 ODM시장을 겨냥해 PDA제조에 나선 대만 마이텍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마이텍은 삼성전자로부터 낸드형 플래시메모리와 CPU를 동시에 공급받아 이달부터 200달러대 이하의 저가 포켓PC를 제조, 중국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새롭게 PDA시장에 뛰어든 델컴퓨터, 도시바, NEC, JVC-후지쯔 등 대형컴퓨터업체들을 대상으로도 이미 공급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어나선 인텔=‘스트롱암’ ‘엑스스케일’과 노어형 플래시메모리로 지난해 400만대 정도였던 포켓PC형 PDA시장을 독식했던 인텔은 삼성전자의 이같은 발목잡기가 결코 반갑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저가형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인텔이 조만간 주요 제품에 대해 가격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으나 인텔은 부인하고 있다.

 인텔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격인하는 하지 않았으며 저가형 제품에서는 오히려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보급형에서 고급형, CPU-메모리 복합칩(MCP), 시스템온칩(SoC) 등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 수 있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현재의 200㎒, 400㎒급뿐만 아니라 GPRS 휴대폰에 사용할 수 있는 CPU-플래시메모리 시스템온칩(SoC·모델명 PXA800F)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기술력에서 삼성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전망=PDA업체들은 양사의 이같은 경쟁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인텔의 독주로 공급가격을 낮출 수 없었던 데 반해 삼성전자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것. HP가 저가형 모델에서 삼성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알파칩’으로 64비트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려던 삼성전자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접었던 전철을 되돌아본다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상당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가 모두 PDA용 CPU의 핵심코어를 영국 ARM으로부터 라이선스한 만큼 원천기술에서 큰 차이점이 없는데다 메모리 등의 기술에서 삼성이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흥미진진한 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PDA업체 한 사장은 “삼성전자가 PDA시장에서의 AMD 역할을 해준다면 전체 시장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