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곳곳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벤처는 끝’이라는 자조섞인 말부터, 오히려 이제부터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투자를 하라는 원성도 들린다.
20여년간 1조원을 투자해 온 KTB네트워크 역시 지난 2001년부터는 슬로건을 ‘벤처캐피털’에서 ‘투자전문가그룹’으로 바꿨다. 벤처 이외의 분야에 대한 투자금액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지도 오래다.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작년 동기보다 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현상만 보자면 이제 벤처투자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듯 하다.
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 여름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골프장 20개와 호텔 3개, 온천 6개를 보유한 골프장 운영업체 료쿠에이를 인수, 일본 최대 골프장 운영업체로 부상했다. 일본시장 등지에서 부동산 투자 및 기업인수를 강화할 의사를 밝혔으며 골드만삭스에서 벤처캐피털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년대에 비해 크게 줄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점인 올해 8월 초 이 회사는 무려 52억달러 짜리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얼마전에는 벤처캐피털의 전환사채(CB) 등을 인수하는 27억 달러 규모의 메자닌 펀드를 결성키로 했다. 전체 규모에서 벤처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KTB네트워크의 벤처 투자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오히려 증가했으며 동종업계에서 여전히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보여지고 있는 현상은 벤처투자의 축소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영역에의 확대로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의 주요 투자업체들은 90년대에는 벤처캐피털 사업으로, 최근에는 바이아웃 사업으로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성공 사례들을 경험해 나가고 있다. 시장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과거 다른 사업분야의 경험이 현재 새로운 사업에 도움이 되면서 지속적으로 시너지를 발현해 나가는 것이다.
KTB네트워크는 최근 투자업체인 디디에스텍의 CB 8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벤처 붐이 한창 불던 때에도 벤처에 대한 이러한 규모의 투자는 찾기 힘들었다. 투자 이유는 디디에스텍의 수도약품 인수를 위해서다. 새로운 형식의 투자다.
KTB네트워크가 바이아웃 시장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런 식의 투자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며 디디에스텍이라는 벤처기업의 경쟁력 제고 기회는 한 발 늦춰졌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바이아웃 펀드야말로 현재의 합리적인 기업지배구조를 뿌리내리게 하고, 효율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80년대부터 경쟁력 없는 경영진이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차입인수(LBO)방법으로 바이아웃 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투자가 활성화 되었다. 이러한 식의 투자방식은 벤처투자에도 적절히 활용되었고 기업의 가치제고에 큰 도움을 주게 되었다.
벤처거품이 걷힐 무렵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벤처 CEO들의 자기회사라는 인식을 바꾸는 문제, 투자회사의 사후관리 문제 등이 불거져 나왔다.
바이아웃은 특정기업의 지분 상당부분을 인수하거나 아예 기업자체를 인수한 후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바이아웃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빨랐었더라면 벤처시장의 토양을 보다 거름지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바이아웃 펀드는 투자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자신들의 수익율을 극대화하려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또한,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하지만 재벌과 같은 기업투자자들과 달리 영속적인 지배를 하지 않고 기관투자자인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상시적인 감독을 받는 과정에서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검증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아웃 펀드는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기본 체력을 강화시키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며 이는 벤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김한섭 KTB네트워크 대표 hskim@k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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