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KT VDSL 공급 잠정 포기 속뜻은

 중소업체의 강한 반발 속에 무리하게 국내 VDSL 시장 진출을 추진했던 삼성전자(대표 윤종용)가 최근 KT 대상 VDSL사업을 잠정적으로 포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KT 50Mbps VDSL 입찰에서 중소업체들에 밀려 공급권 확보에 실패했던 삼성전자는 이후 KT와의 전사적 제휴 관계를 등에 업고 공개입찰과는 별도의 과정을 거쳐 시범사업용으로 장비공급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KT에 장비 납품 포기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비업체가 주요 고객인 통신사업자에 대한 장비 공급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의 VDSL사업은 초기부터 상당한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측이 공언한대로 해외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는 국내 레퍼런스 사이트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번 KT VDSL 장비 공급을 포기함에 따라 해외사업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VDSL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KT VDSL시장 진출을 추진했다가 결국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만큼 회사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KT가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한 4개업체를 대상으로 발주한 30만회선 물량외에 별도로 장비공급을 추진했고, KT도 이를 받아들여 수만회선 규모의 장비를 도입키로 방침을 세운 상태였다.

 KT 재무실 관계자는 “당초 삼성전자로부터 별도로 VDSL장비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삼성전자가 납품 포기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세계적인 IT업체가 중소업체에 밀려 정식 공급이 아니라 시범사업 명목으로 장비를 공급한다는 것이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납품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장비 구매건은 수익성이 너무 낮아 포기한 것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추후 수익성이 담보되는 KT측 프로젝트가 발주된다면 참여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IT업체인만큼 VDSL시장에서도 일반 중소업체보다는 앞선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지금의 결과로 보면 왜 그토록 강한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VDSL시장 진입을 시도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