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은 죽음의 늪인가.’
GE, 월풀, 지멘스, 아에게 등 미국·유럽계 가전사들에 이어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업체들마저 한국을 두려워하는 ‘공한증’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한때 의욕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던 외산 백색가전업체들은 이미 국내 양문형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고급가전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했다. 또한 양판점,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채널이 다변화되는 틈을 이용해 자존심을 회복하려던 필립스,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 AV전문기업들마저 갈수록 의욕이 사그라들고 있다.
더욱이 고체촬상소자(CCD) 등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캠코더 사업 역시 삼성테크윈,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의 추격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지배력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현황필립스전자(대표 신박제)가 올들어 9월까지 하이마트에서 판매한 HD 브라운관TV는 총 108대. 같은기간동안 2만여대를 판매하면서 최대 매출실적을 올린 LG전자의 0.5%에 불과한 수치다.
게다가 지난 9개월동안 하이마트에서 고작 6대의 PDP TV 판매를 기록한 소니코리아(대표 이명우)의 매출실적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우전자, 아남전자의 판매수치보다 적을 뿐 아니라 이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량 683대, 709대에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기 때문이다.
소니는 그나마 디지털캠코더 부문에서 판매순위 1위에 올라 일본 전자업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부진요인과 전망=삼성전자, LG전자에 비해 떨어지는 가격경쟁력이 소니, 필립스, 도시바, 파이어니아 등 외산 디지털가전사들의 시장지배력을 하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외산업체들의 판매가격은 통관·물류비가 반영되면서 현지 가격에 비해 적게는 12%, 많게는 20%가량 높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상품기획력 부재와 적절한 시기에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도 세계적 가전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다윗’으로 전락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브랜드파워와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비싸면 팔린다’는 가격정책을 채택했던 일본 가전사들의 정책전환이 불가피해졌다”며 “내년부터는 삼성과 LG와의 정면승부를 피할 수 있는 LCD TV, HD캠코더 등 고부가가치 상품도입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