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구기관에서 식물을 연구하고 있지만 자주 연구소의 임무와 어떤 연구성과로 정당하게 대우받을 것인가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1979년 IMF를 전후해 출연연의 무용론이 일부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출연연이 있었기에 국민소득 1만달러가 가능하였고 국민소득 2만달러를 위해서는 출연연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새로운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월드컵 축구4강을 이룩한 것처럼 바이오4강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 출연연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축구에 비유해 말해보고 싶다.
출연연의 포지션은 골을 넣어야 하는 기업과 수비를 튼튼히 해야하는 국립기관과 대학의 중간인 미드필더의 역할이다.
대학은 인재양성뿐 아니라 전문분야를 심도있게 연구해 좋은 논문을 발표하고 각 분야의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 이에 비해 출연연은 대학과 기업의 중간역할자로서 대학에서 이룩한 기초학문의 성과를 정확히 파악해 기업체에게 전달하거나 기업체가 제품 개발에 필요로 하는 기반기술(Industrial Platform Technology)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연구자가 논문을 쓰고 특허를 출원하는 일은 공격선수에게 골을 넣도록 하기 위한 ‘어시스트’로 비유할 수 있다. 좋은 기술을 기업체에 이전하는 것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결정적 어시스트’로 비유될 수 있다.
만약 출연연에서 공격선수에게 패스(어시스트)를 하지 않고 자기가 골을 넣겠다고 욕심을 내면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관중은 야유할 것이고 심할 경우 감독은 그 선수를 다시는 기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 패스할 곳이 없을 경우의 장거리 슛 시도는 상대선수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고 우리 팀에게는 사기를 높여 줄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연구자가 골(제품)을 직접 넣고 싶으면 창업을 하든지 기업체로 가서 열심히 하여야 할 것이고, 국제인용지수(SCI)가 높은 좋은 논문을 쓰고 싶으면 대학으로 가서 열심히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출연연에서도 좋은 논문을 발표해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사실 미드필더는 가장 많이 그라운드를 누비지만 게임이 끝나면 골을 넣은 선수와 감독 등이 주목받는 것에 비해 항상 스포트라이트의 뒤편에 위치해 왔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출연연에서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산업체, 대학과 국립연구기관에서 할 수 없지만 미래지향적이며 많은 분야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대학이 교수개인 중심의 연구라면 연구소는 연구팀 중심의 연구가 돼야 하며 어느 정도 규모의 연구, 지속가능한 연구가 돼야 한다.
우리 나라의 식물과학 또는 식물생명공학 분야는 대학의 기반기술이 강한 편이나 식물산업 기업체의 연구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출연연의 식물분야 연구는 기업체(공격선수)에게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또 그에 맞는 정당한 연봉(대우)이 따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생명공학연구실 책임연구원 곽상수 박사 sskwak@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