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로 인해 대내외적 환경이 경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경제교류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우선 교역규모가 지난해 7억2400만 달러에 달해 남북교역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7억 달러를 넘어섰다. 북한의 일 년 교역규모가 대략 20억 달러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단한 규모다. 금강산을 육로로 갈 수 있으며, 평양 관광도 실시된 바 있다.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장관급 회담은 물론 실무회담도 빈번하게 개최되고 있다.
4대 경협합의서가 국회의 동의를 거쳐 실질적으로 발효됨으로써 남북경협의 제도적 장치의 기초가 마련됐다. 처음으로 남북간 직접 결제시스템이 들어오게 됐고, 대북투자도 제도적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됐다.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은 남북간 단절된 철도궤도를 연결했으며, 상호 공사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사업은 상대적으로 관심은 높았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아직 없다. 착공식을 비롯해 1단계 100만 평 측량 및 토질조사가 완료됐다. 임금은 월 57.5달러로 결정됐으며, 세금도 경제특구 수준인 10∼14%를 부과하기로 했다. 조속한 가동을 위해 1만 평 시범단지를 우선적으로 개발, 운영하자는 제안도 있는 상태다. 공단개발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사전에 완비하기 위해 경협추진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경제회담에서 개성공단 관련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이상한 점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유독 가장 민감해야 할 당사자인 남한은 경협이 확대됐다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정부처럼 현 정부가 경협을 적극 도모하는 것도 아닌데 이같이 나타났다. 현 정부는 핵문제 해결 이전에는 새로운 사업의 추진은 없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이 대단히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대표단이 남한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었다. 당국회담에서도 북한이 경협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안에 더욱 적극적이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변화된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 측면으로는 남한밖에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국제사회는 끊임없이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변화보다는 안전을 먼저 요구한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으니, 당연히 이를 문제삼지 않는 남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모습은 중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3년 중국과의 교역이 10억 달러를 상회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북한이 적극적이다 보니까 남한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북한에 매달리지 않고도 경협을 확대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남한경제의 볼륨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가끔 우리 자신을 너무 과소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미 북한경제는 남한경제에 상당히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한의 경제규모로 볼 때 북한과의 7억 달러 이상의 교역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거꾸로 북한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말이다. 즉 특별히 늘리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확대되는 경제력이 남북경협에도 다소 영향을 미치면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남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두 가지 사항은 남북경협 여건이 많이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시각에서 볼 때 남한의 입장에서의 남북경협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무엇인가 이득을 남긴다는 생각보다는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남한이 아니면 북한경제는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가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지금은 경협을 통해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근본적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핵 문제가 지속되는 한, 북한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이러한 차이와 변화는 깊어지고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seridys@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