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 해외진출의 선순환 구조

올 상반기 우리나라 IT부문 무역수지 흑자가 반기별로는 처음으로 150억달러를 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수출도 작년 동기대비 절반에 가까운 47.1%나 증가했다고 하니 IT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성장동력이라는 말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출 품목 대부분이 디스플레이, 반도체, 휴대폰 등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제품 하나하나에 집약된 뛰어난 기술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최강의 IT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사실에 비해 국내 IT업체들의 서비스 수출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든다.

 벌써 몇년 전부터 IT업체들의 솔루션 및 기술에 대한 해외시장 진출이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처음의 기대와 달리 성공적이라고 할만한 사례는 드물다. 내로라하는 대형 통신사업자들 역시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실제 국내 기술의 해외 수출은 용두사미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거대 기업들이 이 정도니 벤처기업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뛰어난 기술력이 있다 해도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취약한 자금과 영업력,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 단점을 안고 있어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첫걸음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공동진출이라는 모습을 통해 일부 문제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도 했지만 현 시점에서 새로운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는 최근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얻었다. 바로 게임업체들의 성공적 해외 진출을 바탕으로 관련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게임업체들의 해외 진출과 현지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은 성공적 안착은 실로 눈부시다. 현지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모습은 그동안 말만 무성한 반면 실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임 업체들은 성공적으로 국산 기술력을 선보이며 개별 업체뿐만 아니라 한국 IT산업의 브랜드 밸류를 높이는 등 여타 업체들의 진입을 위한 토대를 구축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 기반 위에 여타 업체들은 안정적인 동반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필자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도 최근 일본에 진출한 국내 대형 게임사의 현지법인을 통해 일본 유저들에게 한국과 같은 고품질의 CD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직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서 한국보다 뒤져 있고 CDN 기술 역시 안정적이지 못해 한국의 게임업체와 CDN 업체와의 동반진출을 반기는 입장이다. 시작은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 대상이었지만 목표는 현지 업체들이다. 현지에서 기술력과 안정성을 선보인다면 현재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넘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런 해외시장 동반진출은 비단 CDN업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게임 유료화에 따른 빌링, 보안 업체들의 진출도 있다. 올 초 중국 ‘리니지’ 사이트에 백신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시작한 안철수연구소 역시 ‘리니지’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제품군을 노출시킴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처럼 특정분야 업체들의 성공에 힘입어 연계된 다양한 IT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해외 수출 비중 확대와 함께 자연스레 수익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개별 업체들의 자생력 또한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게임이 한국 IT산업의 지도를 바꿔놓았다고 한다. 이들 업체들은 초기의 일본·중국·대만·태국 등 아시아에서 벗어나 미주, 유럽으로 시장을 넓히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서로가 함께 커나가는 체계 구축을 통해 국내 IT업체들의 영토 확장을 생각해 본다. 그 미래는 충분히 밝아 보인다.

◆고사무열 씨디네트웍스 사장 samuel@cdnetwor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