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최초의 것들

 ◇최초의 것들/ 이안 해리슨 지음/ 김한영·박인균 옮김/ 갑인공방 펴냄

 

담배는 스페인 걸인들이 길에 버려진 시가 꽁초를 주워 말아 피운 데서 유래했으며, 유명 면도기 상표인 ‘질레트’는 면도기를 처음 만든 영업사원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최초의 것들(The Firsts)’은 인류 문명과 문화사를 이루는 수많은 것들의 탄생 과정, 즉 ‘기원’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기원’이라면 우리는 종교나 예술의 기원, 인류의 기원처럼 멀고 거창한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가령 성냥이나 냉동식품의 기원에도 그에 못지 않은 신비감과 전율이 숨어 있다.

 영국의 존 해링턴 경은 최초로 근대적 ‘수세식 변기’를 발명하고 특허를 신청했지만 엘리자베스여왕 1세는 예의에 어긋난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감자칩’은 원래 불평 많은 손님을 골탕먹이려고 얇고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데서 시작됐다. ‘포스트잇’은 실패한 접착제에서 발명됐고 ‘마취’를 발명한 의사는 마법사로 오인받아 마음고생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속옷·면도기 등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우주비행·극지 탐험·여행·음식·음료·철도·자동차·통신·우편·정부·전쟁과 무기·소방차·의학·스포츠 등 10개 분야 300여개 항목, 1000여 가지에 걸쳐 최초의 발명과 발견·도전이 이루어지는 순간과 과정을 낱낱이 소개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최초의 기원에 관한 백과사전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사물을 다양한 문화적 코드로 연결지어 읽어낸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물쇠와 열쇠의 기원을 소개하면서 우디 앨런이 출연했던 영화 ‘당신이 섹스에 대해 알고 싶어했으나 차마 묻지 못했던 것’의 한 장면을 페이지 가득 보여주며 자물쇠와 열쇠의 기능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본문의 첫 장은 쿠바산 시가를 피우는 피델 카스트로의 흡족해 하는 모습이 장식하며, 반짝거리는 재킷을 입은 마이클 잭슨과 마티니를 마시는 록 허드슨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저자의 독특한 시각과 압축적인 설명은 400여 컷의 컬러 화보와 함께 ‘기원’의 역사를 경이로움과 도전정신, 숭고한 희생과 열정의 역사로 새롭게 조명해냈다. 본문과 관련된 사항을 모두 정리한 연표와 ‘과연 알고 있었느냐(Did you know?)’며 던지는 부가 질문란은 이 책의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최초로 보내는 박수갈채는 분명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그는 ‘극지 탐험’에서 북극 탐험을 둘러싼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극과 북극 진출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양상을 띠고 전개됐다. 하나는 용감하고 자기 희생적인 영웅들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하나는 불신과 인종적 편견으로 점철된 안타까운 이야기다. 지구의 극지방에 먼저 이르려는 과정에서 너무나 극단적인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동시에 그는 덧붙인다.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최초로 북국에 선 사람은 아마도 에스키모였을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최초에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가’ 식의 단순 정보 제공 도서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또한 최초의 업적을 무조건 찬양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 이안 해리슨은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수많은 최초의 발자취를 찾아 전함으로써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과 능력에는 한계가 없음을, 또 비록 실패하더라도 업적 그 자체를 위해 도전하는 인간 정신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