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백(Win Back)’은 경쟁사의 시스템을 들어내고 자사의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윈백을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자사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사례로 마케팅 자료의 단골 메뉴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윈백 사례는 컴퓨팅업계에서 핫이슈였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윈백은 뉴스거리도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윈백은 서버에 국한되지 않고 운용체계(OS) 간의 싸움은 물론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나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등 이른바 기업의 핵심 업무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도 드러난다. 마치 일상적인 영업 행위로까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은 윈백 전담팀을 가동하고 별도의 영업 목표를 세우기도 해 말 그대로 윈백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분위기다.
◇왜 윈백인가=윈백은 단순히 프로젝트에서 경쟁사를 제쳤다는 것 외에도 경쟁사 시스템이나 솔루션을 들어냈다는 점에서 효과가 만만치 않다.
윈백을 가동하는 기업은 대부분 후발주자들이지만 최근엔 선발 사업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은 전방위 경쟁 체제가 형성되면서 경쟁사 시장을 침투하기 위한 전략으로 윈백을 활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기 위축이 장기화되고 시장이 포화됨에 따라 컴퓨팅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출혈 경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당분간 이 카드는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DB에 ERP까지=컴퓨팅 시장의 핵심인 서버 시장에서 윈백이 일상 용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들어 스토리지 분야에서 대형 디스크 위주의 매출을 중소형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세운 한국EMC의 행보와 맞물려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EMC는 올해 ‘경쟁사 분석팀’ ‘솔루션 영업팀’ ‘스토리지 자산관리 서비스팀’ 등 윈백 지원을 위한 3각 편대를 구성했다. 하이엔드 시장의 히타치 진영, 중소형 시장의 HP, NAS 시장의 넷앱 등도 윈백을 염두에 두고 경쟁사 영업사원을 스카우트 했다.
애플리케이션 영역의 솔루션 교체는 엄두 내기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DBMS는 물론 ERP 분야에서도 윈백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SAP 솔루션을 결정한 동부아남반도체와 팬택&큐리텔은 ERP 분야에서 보기 드문 솔루션 교체 사례로 꼽힌다.
특히 DBMS 분야의 윈백 경쟁이 치열하다. 후발 주자인 한국MS는 물론 한국오라클·한국IBM·한국사이베이스 등 DBMS 분야의 대부분 업체가 윈백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조만간 국산 DBMS를 출시하는 티맥스까지 합류할 경우 DBMS 시장은 그야말로 혈전을 방불케 할 것이란 전망이다.
본사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MS는 올해만 10개 정도의 윈백 사례를 만드는 것은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KT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NeOSS 프로젝트도 따지고 보면 윈백 사례인데다 현재 대형 유통사와 통신사에서 오라클과 사이베이스 솔루션을 걷어내고 자사 솔루션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파트너사인 대상정보기술을 통해 한달여 간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스탠더드 에디션 Try&Buy’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패키지 교체를 묻는 상담이 쇄도해 현재 해당 업체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IBM은 최근 ‘DB2’ 신버전 출시와 함께 패키지를 교체할 경우 초기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거나 유지보수료를 대폭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 밖에 WAS 분야에서도 후발주자인 한국후지쯔가 영풍문고, 대상유통, 메트라이프생명 등을 윈백하거나 국내 업체인 티맥스가 금융권에서 윈백 사례를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윈백은 계속된다=서버 진영 윈백의 경우 이미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일부 기업은 아예 고객을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국HP의 관계자는 “타사 장비로 교체하는 수요처에서 지난친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무상 서비스 기간을 늘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손실을 보면서까지 수요처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종종 내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윈백은 매출 측면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솔직한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고 당분간 윈백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견된다.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윈백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특히 기업들이 총소유비용(TCO) 문제를 고민을 하면서 초기 구축비에 대한 부담보다는 장기적인 비용 절감 차원에서 패키지 교체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