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흐르는 물에 비유한다. 그만큼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의미일 듯싶다. 기업들에 지나간 시간은 그만큼 영속성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기업역사가 일천한 우리 기업환경에서 50년 기업, 100년 기업이라는 수식어에는 결코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세월의 흐름은 기업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변화에 적응치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로 승부를 겨루는 벤처기업들에 세월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연륜은 너무 짧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 등의 명성과 연륜에는 비할 수 없더라도 10여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내세울 만한 벤처기업을 찾기 어려운 게 지금의 상황이다. 물론 벤처는 IMF를 극복한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벤처 열풍에 의해 우후죽순처럼 태어났던 수많은 벤처기업 중 5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지난 지금, 명맥이라도 유지하는 벤처는 많지 않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벤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오늘날 벤처에 대한 평가다.
최근 정부는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또다시 벤처육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 벤처’라는 구호는 어색하게만 들린다. “또 벤처야?” 하는 목소리에는 과거 알토란같이 모았던 돈을 증권가에 고스란히 갖다 바친 일반 국민의 원성이 담겨 있다. IT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풀어 벤처 열풍을 일으켰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다고 이야기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벤처를 일으켜 우리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벤처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면역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한다. 물론 여기에 벤처정책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쏟아붓기식 벤처지원책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지금보다 더 큰 후유증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