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의 설렘-이보인(SK텔레콤 신입사원)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2005년은 저에게 무척이나 소중하고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 최고의 브랜드마케팅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보인씨(26)는 요즘 무척이나 들떠 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브랜드마케팅 부서에 배치돼 두 배의 기쁨을 느낀다.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지난해 취업준비를 하면서는 다소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당장 취직이 안 돼서 백수가 되더라도 네팔의 최상류층에 해당하는 삶을 누리는 행복이 이미 나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명을 명심하고 감사하며 살자’면서 자기 최면을 걸었고 마침내 SK텔레콤 공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이씨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지난 2001년 군대를 제대한 이씨는 그해 말 ‘노래방 화면 광고’ 사업을 시작했다. 요즘은 노래방기기에서 뮤직비디오나 콘서트 등 노래에 맞는 화면을 틀어주지만 당시만 해도 관계없는 화면이 나왔다. 이 점에 착안해 노래방 근처 상점들의 광고를 화면에 띄우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것.
사업 초기 신촌 지역 18개 노래방에서 이 같은 화면 광고를 채택했을 정도로 아이디어를 인정받았지만 인식 부족과 노래방 화면의 급격한 발전으로 반응은 점차 시들해졌다. 그래도 얻은 것은 많다.
“당시 사업 아이디어 덕분에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연세대 창업지원센터에 들어갔고 여러 사람과 함께 사업을 꾸려 나가면서 리더십과 능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씨는 자체 사업 후에도 컨설팅 회사와 광고 회사 등에서 인턴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았다. 마침 SK텔레콤은 이번 전형에서 영어능력과 학교성적 등 획일적인 가치보다는 응시자들의 다양하고 독특한 능력의 평가에 무게를 뒀고 이씨의 다양한 경험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씨는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실무진 면접에 정말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며 경험의 소중함을 설명했다.
이씨는 브랜드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경영학도로서 IT를 바라보니 기술 자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 기술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에 관심이 많이 쏠립니다.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도 이를 어떻게 잘 포장해서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과는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씨는 번호이동성제도가 완전시행되는 올해야말로 브랜드마케팅이 최고로 각광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예전에는 번호를 바꾸기가 힘들어 한 번 확보한 고객을 유지하기 쉬웠지만 앞으로는 싸이월드와 네이트 드라이브 등 SK텔레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학 시절 이것저것 많이 해보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취업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를 넓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이씨는 “이제 준비운동을 마치고 원하는 곳에서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 자기 나름의 영역을 가진 팀원으로서 충분히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도전-임상훈(디스이스게임 사장)
“아유, 대단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요, 뭘.”
5년여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임상훈 사장(32)의 첫 번째 반응이다. 거창하고 멋지게 창업하는 사람도 많은데 몇 명이 모여 자그마하게 시작하는 사업이 기삿거리가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자 이내 확신에 가득찬 설명이 이어졌다. 임 사장이 지난 1년간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은 ‘온라인 게임커뮤니티미디어’. 언뜻 들으면 사업 내용이 확실히 와닿지 않는다. ‘커뮤니티면 커뮤니티고, 미디어면 미디어지 커뮤니티미디어는 뭐람’이라고 물어볼 사람도 있을 터.
“현재 인터넷상에는 독자가 참여하기 힘든 일방적인 뉴스 서비스와 마치 ‘해우소’처럼 정리가 안 되는 자유분방한 커뮤니티가 존재합니다. ‘양질의 정보 제공’과 ‘자유로운 참여’라는 두 가지 요소를 잘 버무린 것이 커뮤니티미디어의 특징이라 할 수 있죠.” 임 사장의 설명에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임 사장은 일간스포츠에서 게임과 인터넷, 영화를 취재했다. 사용자들의 생각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분야다. 임 사장은 이 같은 엔터테인먼트, 특히 게임 분야에서 사용자들이 건전한 담론을 나눌 장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이고 마침내 8개월여간의 준비 끝에 ‘디스이스게임(This is game)’이라는 커뮤니티미디어를 탄생시켰다. 준비과정은 힘들었다. 게임을 중심으로 콘텐츠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인적네트워크를 갖고 있었지만 사업은 달랐다. 사무실 얻는 것처럼 기초적인 일부터 쉽지 않았다.
“주변분들에게 물어봤어요. 기자를 그만두고 이런 사업을 하는 게 과연 옳은 판단인지. 한 분을 빼놓고 모두 올바른 판단이라고 하시기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물론 집에서는 많이 말렸죠.”
임 사장은 특별히 ‘사업’ 자체에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었단다. 이번 시도에서도 사업 자체보다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있다.
임 사장은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와 세스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를 감명 깊게 읽었다. ‘굿 투 그레이트’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는 명제를 깊이 느낀 임 사장은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강조한 것처럼 커뮤니티를 오픈했을 때 뭔가 ‘다른’ 것을 제공할 생각이다.
“당장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양질의 정보와 양질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임 사장은 ‘디스이스게임’을 통해 신문이라는 매체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시도를 펼칠 생각이다.
“준비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확실한 비전을 갖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달려온 것 같다”는 임 사장은 “연말이 됐을 때 다음 비전을 공유하며 같이 달려갈 사람이 있다면 만족할 것”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IT맨으로의 복귀-윤민(다음커뮤니케이션 차장)
‘IT맨에서 항공사 마케팅 담당으로, 다시 IT맨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리스팅비즈니스(Listing business)팀의 윤민 차장(35)에게 I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윤 차장은 유니텔과 새롬기술을 거쳐 오픈타이드코리아까지 다양한 IT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형적인 IT맨. 지난 2년간 대한항공으로 잠시 외도(?)를 했던 그가 최근 다시 IT업계로 돌아와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여행을 너무나 좋아해서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대한항공에서 경력자를 뽑았는데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고 2년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죠.”
여행 관련 일을 하고 싶어했던 윤 차장이 안정된 직장을 나와 어쩌면 조만간 큰 격변에 휩싸일 수도 있는 인터넷 업계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뭘까.
대한항공에서의 업무가 그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경영학석사(MBA) 경력자로 뽑혔지만 실제로 윤 차장이 대한항공에서 맡은 일은 IT 분야 경험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는 인터넷 마케팅 분야였다. 대한항공 홈페이지(http://www.koreanair.co.kr)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마케팅 이슈들을 기획하는 일이 그것.
묘하게도 대한항공에서의 경험은 윤 차장의 IT업계 복귀를 유도했다. 윤 차장이 속한 다음커뮤니케이션 리스팅비즈니스팀은 인터넷상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를 고객들에게 필요한 고급 정보로 묶어 제공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검색광고가 리스팅비즈니스의 기초적인 형태. 대한항공에서의 고객 대상 업무 경험이 복귀 후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한항공으로 옮길 때만 해도 발전된 기술에 비해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내용물은 없고 기술만 발달하면서 IT 버블 현상도 커졌죠. 하지만 그동안 콘텐츠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이 콘텐츠를 유익한 정보로 바꾸는 ‘기술’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다시 기술의 시대가 왔다는 설명이다.
“리스팅비즈니스는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오버추어나 구글과 같은 대표 인터넷 업체들은 리스팅비즈니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우리도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광고는 정보다.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을 딱 쥐여주는 것이 정보지 그렇지 않으면 스팸이다’는 것이 윤 차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2005년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스팅비즈니스 시장에서 다음이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도록 만드는 것이 윤 차장의 목표다.
“제가 좋아하는 여행 관련 업계는 전산화가 잘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리스팅비즈니스가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쉽게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돕는 정보업무를 해봤으면 합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경험이 또 다른 자산이 되겠죠.”
윤 차장은 “인터넷 기업의 매력은 각자가 프리랜서처럼 자기 영역을 가지면서도 팀 단위로 묶이면 결집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며 “직원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IT기업의 희망적인 미래를 확신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