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CEO가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경쟁 우위 요소로 ‘스피드와 유연성’을 꼽는다. 국내 기업이야말로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시장의 변화에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해 왔으며, 앞으로도 ‘스피드와 유연성’ 부문에서만큼은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유별난 변화 대응력 뒤에는 항상 ‘상식을 벗어난 예외 처리를 잘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불가피한 변화 상황을 잘 처리해내는 질 높고 값싼 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생존하기 힘들다. 경영자가 우선순위만 조정하고 무리하게 대응하면, 당장은 득이 되어 보여도 나중엔 밑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 분야에 아웃소싱 바람이 불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려 해도 협력 업체나 부품 업체들이 따라 주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희생하게 되니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포스코와 같은 우리의 대표 기업들이 제대로 된 공급망관리(SCM)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무리한 예외 처리와 많은 비용 소모 없이 공룡처럼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에서 다람쥐 같은 스피드와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이러한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고급 인력도 몸으로 때워 ‘챙기는’ 업무 위주로 시간을 보내던 과거와 달리 고부가 가치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돼 그 효과는 배가되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선진 기업의 성공은 해외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우리 내부에서의 인식은 미미하다. 이러한 인식 부재는 SCM이 기업 경쟁의 중요한 무기라는 것을 많은 기업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선진 기업의 SCM 강점은 우리의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돼야 한다. 이미 앞서 가고 있는 한국 선진 기업의 SCM 강점은 더욱 강화돼야 하고, 다른 세계 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크게 차별화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으로 신속히 확산돼 모기업과 협력사가 연계된 SCM 경쟁력 또는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으로 발전돼야 한다.
SCM을 갖춰 ‘스피드와 유연성’을 확보한 기업이라면 적시에 적절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고, 적은 재고로도 각 매장의 품절을 극소화할 수 있다. 또 약속한 납기 내에 제품을 배달할 수 있다. 가격 변화에 당하기보다는 변화를 주도할 것이며, 틀림없이 세계 최고의 매출 성장과 브랜드 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 기업의 경영진과 정보화담당임원(CIO)들은 물론 정부 관료들까지도 지금까지 정책적으로 확산시켜온 전사자원관리(ERP)만으로는 기본적인 경영 인프라를 갖추는 것 이상의 경쟁 우위 확보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ERP라는 경영 인프라의 바탕 위에 한 시간 내에 기업 전체가 PDCA(Plan-Do-Check-Act) 사이클을 처리할 수 있는 SCM체제를 구축하고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경쟁하는 수준까지 발전하는 모습은 여전히 국내 몇몇 대기업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출발이 늦었던 우리나라가 정보화 사회에서는 한 발 빠른 움직임으로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며 고무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시각을 SCM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 경쟁력 관점에 대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미 확보한 한국 선진 기업의 SCM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전산업으로 확산시킨다면 다른 어느 기업보다 먼저 ‘한 시간의 스피드와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미 지닌 자산과 호기를 잘 활용해 한 시간 단위 SCM의 구현을 앞당겨 볼 것을 호소한다.
<형원준 i2테크놀로지코리아 사장 won-joon_hyoung@i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