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러플린 총장 사면초가...거취 흔들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이 정부의 KAIST 정책에 대한 원칙고수와 보직 교수진의 반발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사립화 성격을 가미한 ‘대학원 중심 연구대학’방안을 추진하던 러플린 총장의 거취까지 흔들리며 ‘개혁과 보수’에 대한 갈등 양상으로 비치고 있어 향후 총장 행보에 귀추마저 주목되고 있다.

26일 과학기술계와 KAIST에 따르면 지난해 러플린 총장이 개혁안인 ‘KAIST 투자전략제안서’를 발표한 이후 사립화 및 종합대학화 논의에 불을 붙였으나, 최근 들어선 개혁안에 대해 ‘보수진영’의 강력 반발로 총장직 사퇴 요구마저 받고 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 같은 상황은 러플린 총장의 KAIST 비전 안을 문제 삼았던 박오옥 기획처장의 총장 사퇴제기로 논의 자체가 실종되면서 ‘개혁’을 추진하려는 총장진영과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려는 ‘교수진’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AIST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마저 최근 이사회에서 학교 운영을 연구·대학원 중심체제 및 장학제도 중심으로 운영하라고 권고, 러플린 총장의 입지를 좁게 했다.

실제 KAIST 교수들은 절충안이 나오더라도, 러플린 총장이 비전 안에 담아 놓은 ‘교수 수입의 큰 부분을 강의 실력이나 시민성, 연구의 질에 따른 보너스로 바꾼다’ 등의 내용에 대한 반감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러플린 총장은 진퇴 여부마저 최종 결정해야 하는 위기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총장 입지가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애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총장으로 영입하며 가졌던 KAIST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초석까지 마련하자는 의도마저 퇴색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