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IT업계 1세대 정장호 KAIT 前회장

지난달 28일, 한국정보통신사업협회(KAIT) 정장호 전 회장의 이임식.

“재임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더 이상은 노욕입니다. 디지털시대, 인터넷시대, 이동통신 시대 등 눈부신 기술발전의 중심에 서서 일했다는 보람이 있습니다. 이젠 다음 세대가 주역이 돼야합니다.”

IT업계 최장수 협회장으로 지난 9년간 KAIT를 이끈 정장호 전회장의 고별사다. 순간 정 전 회장에게 지난 9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것이다.

“베트남에 교환기를 수출하고 마케팅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보여준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베트남정부가 신뢰와 우정을 보여줬고 경영자로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 전회장은 평생 가장 보람된 일로 베트남 IT산업의 토대를 닦은 일을 꼽았다. 또 KAIT 협회장으로서 중소IT기업의 이해관계를 주장한 것이나 LG전자 해외사업본부장으로서 해외를 누비고 LG텔레콤을 설립해 이동통신 산업 발전의 기초를 다진 일 등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IT는 이제 양적인 성숙단계에 진입했고 바야흐로 질적 변화의 시기가 올 것입니다. 그동안 기술주도에 사람이 따라오는 변화였다면 이젠 인간의 요구에 기술이 따라오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적수준을 높이는 생산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정 전회장은 지금의 IT산업을 ‘근본적 변화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역기능과 사회문화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IT산업 발전은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IT업계 1세대로서 정 전회장은 후배들에게 “당분간 TDX, CDMA, 인터넷과 같은 대박 아이템은 없을 것’이라며 “IT업계 2세대인 현직 사장들이나 3세대 격인 연구원들은 대박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지 말고 차분히 실력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 전회장은 KAIT를 마지막으로 IT업계에서 물러나 문화계에 투신하게 된다. 마루음악연구원을 창립한데 이어 1월1일부터 정동극장 이사장을 맡아 산업계에서 문화계 인사로 대변신하게 된 것. IT업계와 문화계의 가교역할을 할 정장호 전회장을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지난 40년을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나머지 20년을 가정과 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이젠 문화콘텐츠의 관점에서 IT산업을 바라보겠습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