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영 구도를 놓고 극심한 내홍 상태에 있던 월트 디즈니가 마이클 아이즈너 현 CEO의 후임으로 로버트 아이거 현 사장 겸 최고운용책임자(COO)를 선임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 이사회는 13일(현지시각) 마이클 아이즈너 현 CEO의 후계자로 아이거(54) 현 사장을 지명했다. 이에 따라 로이 디즈니 등 반대파들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해오던 아이즈너 회장은 당초 예상 보다 1년 빠른 오는 9월 30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임 CEO 선정 과정=디즈니 이사회는 신임 CEO 선정을 위해 그동안 내외부 인물을 다각도로 물색해 왔다.
아이즈너가 차기 CEO감으로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던 아이거 외에도 창업주 가족들이 지지하고 있는 멜 카마진 전 바이콤 사장, 멕 휘트먼 e베이 사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피터 셔닌 뉴스코프 COO, 테리 시멜 야후 CEO, 톰 프레스톤과 레스리 문비스 바이아컴 공동 사장 등도 거론됐다. 특히 지난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디즈니 소비자 제품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멕 휘트먼이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으나 막판에 자진 사퇴하면서 내부 발탁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거의 발탁은 아이즈너가 그동안 일관되게 지지 의사를 보낸 인물이란 점 때문에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인선이라는 의견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아이거 발탁의 배경=가장 큰 원인은 지난 20여년간 디즈니를 이끈 아이즈너 체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즈너는 1984년부터 월트 디즈니를 경영하면서 탁월한 경영수완으로 사세를 확장시키는데 공헌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수준의 보수, 토이스토리·인크레더블의 제작사인 픽사 애니메이션과의 파트너십 문제, 미라맥스의 하비 와인스타인 공동 사장과의 갈등, 디즈니 제작 영화의 잇딴 흥행 실패 등 경영상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이즈너의 조기 퇴진이 심각하게 거론됐다.
특히 창업주 가족과의 경영권 분쟁이 치명적이었다. 창업주의 조카인 로이 디즈니는 아이즈너 조기 퇴진을 관철시키기 위해 계속 아이즈너 측을 압박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멜 카마진 전 바이아컴 사장을 지지하고 있는 로이 디즈니와 그 반대파의 압박을 무마시키키기 위해 아이즈너가 자신이 점찍은 후계구도를 다지기 위한 의도로 퇴진을 결심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거는 누구인가=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이끌 아이거는 디즈니 입사 이후 항상 선두주자였다. 그는 1974년 ABC에 입사, 방송쪽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회사에서 강력한 경영수완을 발휘하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그는 회장으로 재직하던 캐피탈 시티/ABC가 1996년 디즈니에 인수된 후 디즈니에 합류, 2000년 1월부터 회사의 COO 겸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005년 주목해야할 재계인사 15명중 한명으로 아이거를 거론하면서 디즈니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았다.
◇아이거호의 향후 과제=조지 미첼 디즈니 이사회 의장은 아이거 선임후 발표한 성명에서 “아이거 사장이 폭넓은 시야와 경험으로 디즈니의 경영 개선에 공헌해 왔다”며 아이거의 경영 능력을 높이 샀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가 아이즈너가 낙점한 인물이란 점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디즈니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임 CEO의 최우선 과제는 내부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다. 특히 창업주 가족과의 내분을 추스리는 게 급선무다. 사실상 사내의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내부 통합을 유도하고 변화하는 업계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 엔터테인먼트·통신·방송 등 분야에 불어닥치고 있는 합종 연횡 바람과 융합화 전략에 대처할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