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PC시장 뉴트렌드 "그래픽카드 신기술 총정리"

2005년 그래픽카드 기술을 요약하면 ‘2004년에 뿌린 씨를 거둔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2004년에 등장한 엔비디아 지포스 6, ATI 레이디언 X 시리즈 등의 그래픽 프로세서는 값이 비싸고 이런 그래픽카드를 꽂아 쓸 수 있는 PCI 익스프레스 메인보드가 드물어 별로 각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장애물이 사라져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05년에 사람들이 찾게 될 그래픽카드, 그래픽 프로세서 안에는 어떤 기술이 들어갈지 살펴보자.인텔 915 칩세트 메인보드 값이 1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AMD 프로세서 진영에서도 엔포스 4, K8T890등 PCI 익스프레스 슬롯을 단 메인보드를 내놓으면서 PCI 익스프레스가 가속그래픽포크(AGP)의 뒤를 잇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로서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추어 2005년에는 엔비디아, ATI 모두 PCI 익스프레스 방식 그래픽 프로세서를 주력 제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2005년을 빛낼 그래픽카드는 몇몇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빼면 PCI 익스프레스 전용으로 나온다.

엔비디아 지포스 6 시리즈 가운데 지포스 6200, 6600은 개발할 때부터 PCI 익스프레스 전용으로 만들었다. 지포스 6800은 AGP 3.0 인터페이스를 쓴 코드명 ‘NV40’이 먼저 선보였지만 2005년 초부터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전용으로 새로 만든 ‘NV45’를 쓴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ATI도 레이디언 X800 프로, XT를 뺀 모든 ‘X 시리즈’ 그래픽 프로세서를 PCI 익스프레스 전용으로 내놓았다.

PCI 익스프레스 전용 그래픽 프로세서에 HSI(High-Speed Interconnect) 칩을 곁들이면 AGP 그래픽카드로 탈바꿈한다.

그렇다고 AGP 방식 그래픽카드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AGP 인터페이스 그래픽 프로세서는 나오지 않지만 PCI 익스프레스와 AGP 인터페이스를 바꾸는 칩을 달아서 AGP 슬롯에 꽂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포스 6200, 6600은 PCI 익스프레스 전용이지만 여기에 ‘HSI’로 불리는 변환 칩을 달면 AGP 방식 그래픽카드를 만들 수 있다. 변환 칩을 더한 만큼 PCI 익스프레스 방식 그래픽카드보다 비싸지만 메인보드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2005년을 이끌 그래픽 프로세서는 동영상 재생 속도와 화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종전의 그래픽카드는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편집할 때 대부분의 작업을 CPU에 의존했다. 그래서 그래픽카드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CPU 작동 속도가 느리면 동영상이 끊기거나 편집을 마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영상을 부드럽게 보여주는 일도 재생 소프트웨어와 CPU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할 수 없었다.

3D 게임 성능을 높이는 데 모든 힘을 쏟던 엔비디아와 ATI는 그래픽 프로세서의 계산 능력을 동영상 재생 · 편집에 쓰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것이 엔비디아 지포스 6 그래픽 프로세서의 ‘퓨어비디오(Purevideo)’와 ATI 레이디언 X700, X800, X850 시리즈에 들어 있는 ‘비디오쉐이더 HD(VideoShader HD)’다. 퓨어비디오와 비디오쉐이더 HD는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편집할 때 CPU의 부담을 줄여 속도를 높인다.

지금까지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 맡던 영상 보정 필터 기능도 그래픽 프로세서 안에 들어가 복잡한 설정을 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영화 화면을 볼 수 있다. 단, 이런 재주를 제대로 다루려면 새로 나온 드라이버를 깔아야 하고 엔비디아, ATI가 권장하는 동영상 재생, 편집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한 때 부두, 부두 2 3D 가속 카드 두 개를 연결해 게임 성능을 높이는 ‘SLI’가 인기를 끌었다. 부두를 만든 3dfx사가 엔비디아와의 3D 성능 대결에 밀려 사라지면서 SLI도 과거의 기술로 남았지만 그래픽카드 두 개를 연결해 3D 성능을 높이는 아이디어는 PCI 익스프레스 시대에 ‘엔비디아 SLI’와 ‘ATI 멀티랜더링’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엔비디아 SLI는 똑같은 그래픽카드 두 장을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 꽂아 게임 데이터를 나누어 처리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 SLI는 PCI 익스프레스 방식 지포스 6600 GT, 지포스 6800 그래픽카드 두 개를 연결하는 기술로서 부두가 썼던 SLI와 이름은 같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부두 시대의 SLI는 3D 가속 카드 두 개가 화면을 절반씩 나누어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엔비디아 SLI는 듀얼 CPU처럼 화면 효과, 3D 데이터에 따라서 부담을 나누는 ‘로드밸런싱(Load Balancing)’이 핵심이다.

엔비디아 SLI를 쓰면 그래픽카드를 하나만 꽂았을 때 보다 3D 게임 성능이 60~80% 빨라진다. 하지만 반드시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슬롯이 두 개 달린 메인보드를 써야하고 똑같은 그래픽카드 두 개를 꽂아야 제대로 작동한다.

ATI 멀티랜더링 기술을 쓴 그래픽카드는 2005년 24분기에 나올 계획이다. 작동 방식은 엔비디아 SLI와 비슷하지만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는 커넥터(일명 ‘골드핑거’)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브레인박스 김준연기자 myiris@brainbo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