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SW 불법복제 혐의로 하나은행 고소

국내 대표적인 시중은행인 하나은행이 SW불법복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추이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하나은행을 불법복제 SW 사용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MS 측과의 계약 및 관리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취해왔으며 불법복제 사용이 아닌 계약상 정산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법률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수사 대상이 중소 및 영세업체였던 과거와는 달리 시중 대형은행이라는 점과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하나은행과 비슷한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간에 펼쳐질 공방과 수사결과에 따라 금융권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개요=경찰은 최근 하나은행이 1만대가 넘는 자사의 PC 상당 부분에서 MS사의 운용체계(OS)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적법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는 데 혐의를 두고 정보 시스템 담당 실무자와 최고정보책임자(CIO)인 C부행장보(상무)를 소환 조사했다. 하나은행이 지난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의 해당 SW 1500카피를 구입했고 2002년 말 서울은행 합병 당시 PC 3000대 분의 SW 사용권 계약을 승계, PC 4500대 분에 대해서만 적법한 사용권을 확보함으로써 전체의 약 60%인 6000여 카피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다. 이와 관련 MS 측은 2년 전부터 제품을 추가 구입하거나 사용권을 확보하지 않은 물량에 대한 대가 지불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결국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측의 반박=하나은행 측은 “제기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형사적인 문제가 아닌 계약상 정산의 문제”라며 적절한 법률적 대응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미 3년 전 MS사와 ‘기업단위일괄계약(EA)’을 체결해 SW를 사용해 왔고 MS 측에서 주장하는 불법복제라고 주장한 부분은 이 계약(MS 기업계약서)의 10조항인 ‘소프트웨어 복제본 제작’에 따른 것으로 MS의 관리 아래 합법적으로 설치, 사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프트웨어 복제본 제작 조항은 등록계열사는 기업 내부에서 사용자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등록계약 하에서 사용허락된 제품 복제본을 필요한 수만큼 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계약은 이용자 수가 증가해도 해당 SW를 복제해 사용 가능하도록 한 것이며, 다만 3년 단위로 체결되는 계약이 지난해 11월 30일로 종료돼 계약 갱신을 위한 협상 중이었지만 MS 측이 제시한 조건이 지나쳐서 최종 계약이 지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동 계약에 따라 정산할 금액이 있다면 이를 지불하는 것이 계약상의 의무이며 불법복제라는 것은 사실과 다른 MS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국MS 측은 “EA계약 기간에 발생한 라이선스 초과분에 대해서는 계약에서 정한 정한 특정 기간 또는 종료 후 15일 내 갱신 기간에 한해 추가 주문해야 하는데 지난해 11월 30일 계약 만료 뒤 하나은행에 해당 절차를 밟아 줄것을 요청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관련 업계의 시각과 전망=일단 금융권에서는 최근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EA와 같이 일괄 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 협상과정에서 발생한 이견이 수면 위로 부각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대기업과 사용료 계약 체결시 정품 라이선스 카피 수와 전체 PC 사용대수를 파악할 수 있는 SW업체들이 정품 사용료가 지불된 물량 외에 나머지 물량에 대해 해당 기업과 일괄적인 가격조정에 나섰던 사례들이 많았다”며 “결국 이번 사안도 나머지 사용료 비지급 분에 대한 양사의 가격 조정이 막다른 길에 봉착, MS의 고소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하나은행과 MS 간 사용료 계약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달라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불법복제 사용이라는 MS의 주장과 정상 계약에 따른 사용이자 정산의 문제라는 하나은행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이며 다른 금융권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다른 금융권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내부 현황 점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법SW 사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SW 제품의 대형 수요처 중 하나인 대기업과 공급업체 간 사용권 계약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노력과 사용자의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