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윤지현 보드게임산업협회 초대회장

국내에도 보드게임이 서서히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30일 보드게임산업협회가 출범했다. 취지는 보드게임산업의 기반 구축과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에 기여하겠다는 것.

10개의 보드게임 유통·개발사와 2개 보드게임카페 등 12명의 이사진이 발기인으로 나서는 등 총 30여개사가 회원사로 참여한 첫 보드게임 관련 단체다. 초대 협회장은 프로게이머 출신의 보드게임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페이퍼이야기의 윤지현(33)사장이 맡았다.

 

윤지현 회장은 서울대생이 프로게이머로 과거 남자선수들이 참여한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가 보드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초. NHN에서 감독겸 선수로 뛰던 시절 보드게임의 무궁무진한 승부세계를 알게되면서부터 였다.

이때부터 그는 국내에 보드게임 문화를 심겠다는 강한 열의를 보이며 보드게임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국내 최초의 보드게임카페로 시작한 페이퍼이야기를 보드게임 유통 및 개발사로 육성한데 이어 최근 보드게임산업협회를 출범시킨 것도 이같은 의지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한 결과물이었다.

# 보드게임 전도사에서 산업화 선봉장으로 변신

“다른 업체분들을 만나 보니 모두 보드게임산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동안 페이퍼이야기를 통해 독자적으로 많은 일을 추진해왔지만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보드게임사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는 함께 협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협회 설립을 추진했어요. 평소 서로 만나면 협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해오던 터라 다들 적극 동참하고 있어요.”

윤 회장의 생각은 보드게임에 심취해 카페를 운영할 때나 처음으로 보드게임 유통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와는 또 달랐다. 지난 3년여의 기간동안 보드게임 유통 및 개발사업을 전개해 오면서 사회에 대해서도 눈을 떴다.한때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경쟁사를 경계하기도 했고, 늘어나는 동종업체들을 보며 속을 태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함께 보드게임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할 동반자라는 의식이 강해졌다.

“사실 협회를 설립하자는 제안은 다고이에서 했어요. 회장 후보도 여러분이 나왔는데 다들 사정이 있어서 고사하셨죠. 페이퍼이야기는 보드게임을 교육사업과 연계하는 등 그동안 협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많은 행사를 해왔고, 전반적인 기획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이왕이면 협회차원에서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 의욕을 가지고 회장직을 맡았어요.”

그가 협회장직을 흔쾌히 맡은 이유도 최근 보드게임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앞으로는 혼자 외롭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혼자 할 때보다는 여럿히 함께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 보드게임 독자 산업 분야 정착 추진

“보드게임을 하나의 게임산업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할 때 입니다.”

그는 협회차원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할 과제로 보드게임산업을 독자적인 게임산업 분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을 꼽았다. 이에 대해 그는 “그동안 보드게임은 다른 분야에 얹혀있는 상태”라며 “이제는 정확한 구분 작업이 시급하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보드게임카페 등록 상황을 보면 보드게임의 위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떤 보드게임카페는 음식점으로 분류돼 있는가 하면 어떤 카페는 고속도로 휴게소로 돼 있는 경우도 있다.

개별 업주가 어떻게 신고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또 외산 보드게임을 수입할 때의 세관에서 취급하는 분류코드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게임은 완구로 취급되고, 어떤 게임은 교육자재가 되기도 한다. 또 어떤 게임은 카드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도박용구로 분류되기도 한다.한마디로 아직은 보드게임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이에 윤회장은 “국내외 보드게임 관련 자료조사 및 학술조사 활동을 활발하게 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보드게임을 독자 분야의 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대정부 접촉과 협의를 활발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협회 차원에서 동종업계의 공익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이야기다.

# 우선은 내부역량 강화에 힘쓸 터

“일단은 기본적인 계획만 잡아놓고 있어요. 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앞으로 하나 하나 만들어 나가야죠. 올해는 지속적인 모임과 행사를 통해 회원사간 결속을 공고히할 계획이예요.” 윤회장은 보드게임산업협회가 이제 막 출범한 관계로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며 이달 내내 내부 조직 구성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직은 한꺼번에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그는 “8월 말에 보드게임 체험장 등 축제같은 개념의 보드게임 미니페스티벌을 열 계획이고, 다양한 국내외 게임 박람회에 협회 이름으로 회원사들이 공동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구상중인 계획을 하나씩 풀어냈다.

“사실 해야할 일은 많아요. 특히 저작권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예요. 그동안 저작권을 둘러싼 시비가 많아 협회 출범식 때 의도적으로 ‘건전한 보드게임 문화 확산’과 ‘저작권 보호에 힘쓴다’는 문구를 삽입한 윤리강령을 발표했어요.또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대정부 활동 및 일반인 대상의 홍보활동도 해야하고, 보드게임카페 진흥 방안도 마련해야죠…”

게임산업협회와의 연계와 관련해서는 “보드게임 문화코드를 만들어 다른 장르의 게임처럼 독자적인 위상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보니 아직은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건전한 여가활동 문화를 보급한다는 점에서 겹쳐지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기회가 닿으면 연계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