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세계 최대 PC 업체 델은 ‘DellComputersSuck.com’이라는 도메인을 내건 ‘유사’ 사이트를 발견했다. 자칫 자사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오인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한 델은 이 사이트를 폐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어느새 컴퓨터에 관한 온라인 토론 사이트로 변신하고 과거 웹사이트 버전은 사라지고 없었다. 관계 당국에 이같은 사실을 고발하려 했지만 과거 이 사이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델은 이때 ‘웨이백머신’이라는 툴을 활용, DellComputersSuck.com의 과거 모습을 복원하는 한편 운영자가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해 PC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결국 델은 지난 5월 이 도메인을 넘겨받았다.
삭제하거나 업데이트로 사라진 웹페이지들을 복원, 법적 소송의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웨이백머신’이나 구글의 ‘구글 캐시’는 이미 사라진 웹페이지를 복원해주는 서비스로 억울한 일을 당한 기업은 이를 활용해 각종 소송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웹페이지가 기업이나 개인의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이면에 범죄를 비롯, 잘못된 용도로 활용되는 예도 많다. 이 경우 웹페이지에 관련된 정보, 심지어 삭제된 데이터까지도 검색해주는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영국 휴대폰 업체 보다폰 등이 웨이백머신을 활용해 기업의 이익을 지켜낸 사례다.
플레이보이의 지적재산권 관리를 담당하는 아나마리아 캐시먼은 자사 변호사들도 “한두달에 한번씩 웨이백머신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트레이드 마크인 ‘토끼’를 비롯한 다른 이미지들이 웹을 통해 불법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웨이백머신을 이용하면 이같은 사례를 파악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살인사건 수사에도 웨이백머신이 사용됐다. 지난 2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12세 소년 살인 혐의로 10대 3명을 기소한 사건이 있었다. 검사 측은 전화통화 내역이 녹음된 테이프를 갖고 있는 한 소녀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테이프에는 기소된 소년 중 한명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 살인 계획에 대해 자랑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변호인측은 이 통화내용이 단지 소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든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녀는 증언 중 피와 약물, 칼 등이 등장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뱀파이어 광신자 사이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심원들이 이 사이트를 찾았을 때는 원래의 사이트는 사라지고 없었다. 여기에 구글캐시와 웨어백머신이 사용됐다. 결국 법원은 이 소녀의 증언이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칫 소녀의 망상이 살인사건의 중요한 단서로 작용해 예기치 못한 결과에 이를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한편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이같은 웨이백머신을 이용해 400억개, 구글은 80억개의 웹페이지를 보관할 수 있으며 웨이백머신을 이용해 500만개의 웹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