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 합의 체결이 임박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란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양측이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협상 재개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부 조건을 둘러싼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언론에 흘린 내용은 서면으로 합의된 조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발표한 나약하고 한심한 성명은 진실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란은 정신을 차려야 하며, 그것도 빨리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전날 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상업용 선박을 겨냥해 발생한 드론 공격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해당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 백악관에서 “이란 지도부는 매우 합리적이며 모든 당사자가 합의를 승인했다”고 평가한 직후 나와 눈길을 끈다. 당시 그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4월 체결된 휴전을 연장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새로운 협상에 착수하는 내용의 세부 합의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말 중 유럽에서 서명식이 열릴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이란 언론이 협상 관련 내용을 잇따라 보도하면서 양측의 입장 차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은 일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지만, 이란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를 통해 “양해각서는 최종 타결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확정 전까지 언론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추측을 자제해야 한다”며 “세부 사항은 적절한 시점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논의 중인 협상안에는 핵물질 폐기 및 해외 반출, 핵 프로그램 해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무장단체 지원 중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란이 합의 사항을 실제로 이행하기 전까지는 동결 자금 해제나 경제적 보상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성과 기반(performance-based)'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단순히 합의문에 서명한다고 자금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란이 의무를 이행해야만 경제적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 언론은 미국이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 240억 달러를 해제하고, 일부 자금을 협상 개시 이전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과 동맹국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지원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같은 보도에 선을 긋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협상안에는 대규모 재건 지원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제재 완화 역시 향후 핵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논의 중인 합의안은 기존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그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단계적으로 재개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란은 초기 30일 동안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해야 하며, 이후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와 핵시설 운영 문제 등을 포함한 본격적인 핵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간 이어진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성사될 경우 분쟁 종식과 지역 안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어 최종 서명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