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과학기술 한계극복, 글로리아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주기는 급속히 짧아지고, 정보기술·생명공학·나노기술 등의 융합은 점차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광입자충돌가속기 실험이나 글로벌 환경 프로젝트같이 여러 국가가 함께 연구해야만 하는 인류의 거대 연구과제 또한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물결과 맞물리면서 ‘사이버 과학기술 국제협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왔다. 이제 사이버상에서 전세계 연구자들과 대용량 정보 및 첨단 연구기기, 연구인력 등을 자유롭게 공유함으로써 R&D 효율성을 수십·수백배까지 높이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무한경쟁을 선도하기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사이버 국제협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연구자들은 많은 한계를 안고 있었다. 국제연구망의 속도는 155Mbps∼1 에 불과해 국제협업을 위한 현실적인 속도인 10 급보다 한참 느렸고, 여러 국가의 연구망을 경유하는 경우에는 속도 저하는 물론이고 복잡한 절차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대용량 데이터를 획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답답한 얘기가 현실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환형 국제과학기술협업연구망 ‘글로리아드’가 개통되면서 국제연구망의 네트워킹 속도와 다국 경유 문제, 더불어 데이터 전송의 안전성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됐다. 사이버 과학기술 R&D 시대에서 각 분야 응용연구가 세계 수준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과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캐나다 등 6개 핵심 참여국에만 주어지는 글로리아드 사용에 대한 협의 결정권을 획득함으로써 우리나라는 글로리아드와 연동된 각종 국제협업 프로젝트에 관한 실질적인 참여 ‘우선권’을 보장받게 됐다.

 미래의 무한 에너지원을 선점하기 위한 국제 핵융합실험로 연구, 물리학 발전의 기초인 광입자충돌가속기 실험 등은 세계 각국이 앞다퉈 참여하고 싶어하는 연구 분야다. 이러한 프로젝트뿐 아니라 의료·기후예측·천문 등 앞으로 글로리아드를 활용한 다양한 국제 응용연구에 우선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이제 우리는 세계 최강의 과학기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가 위상도 높아졌다. 첫째, 미국·러시아·캐나다를 비롯한 세계적인 과학기술 및 네트워킹 강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글로리아드 핵심 참여국이 됐다는 것 자체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일이고 둘째, 아시아 주변국이 글로리아드 망을 사용하고자 할 때 거치는 거점이 됐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사이버 과학기술 R&D의 국제적인 경유지가 됐다는 것도 국가 과학기술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국제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기술 수준이 급성장하면 우리나라가 동북아는 물론이고 전세계 과학기술의 중심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위상을 갖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지금까지 우리 과학기술계는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 경제력 부족, 원천기술 부재 등 여러 한계로 인해 세계 정상 바로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곤 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안고 있는 이러한 태생적인 한계를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글로리아드라고 생각한다. 대륙의 변방에 있으나 과학기술 R&D의 국제적 핵심 경유지가 되고, 전세계 연구자들과 연구장비·인력을 공동 활용해 경제력 부족의 한계를 가볍게 넘어서며, 거대 국제협업을 통한 신기술 개발로 원천기술국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바로 글로리아드인 것이다.

 기회는 찾는 자에게만 보이게 마련이다. 과학기술자들은 국제협업을 통한 기술개발에 더욱 힘을 쏟고,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국민 또한 사이버 국제협업에 애정과 관심을 갖는다면 글로리아드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확실한 기회가 돼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영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yhcho@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