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실한 코스닥기업을 인수해 코스닥에 입성하는 ‘우회상장’이 늘고 있다. IT기업에서 바이오·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예비 코스닥기업들이 상장심사를 거치는 정석을 따르지 않고 ‘뒷문(?)’으로 코스닥에 발을 들여놓는다.
과거 우회상장은 ‘머니게임’으로만 치부됐으나 최근에는 우량기업들이 우회상장 대열에 가세하면서 스타주 탄생을 위한 새로운 등용문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증권선물거래소가 이례적으로 성공적인 우회상장 사례를 꼽아 기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우회상장 기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각기 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들이 우회상장이라는 일종의 편법을 택한 이유를 확인해보면 열의 아홉은 창투사의 조기 자금회수 압력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코스닥 침체로 이렇다 할 ‘대박주’를 맛보지 못한 창투사 처지에서는 500포인트를 넘나들며 수년 만에 호황을 누리는 현 시점이 그간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창투사는 투자기업들이 차근차근 상장요건을 갖추기까지 기다리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조기 자금회수 시도가 자칫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초 부실상장기업 A사를 인수해 코스닥에 입성한 B사는 우회상장의 대가로 올 한 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사업분야가 달라 합병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점을 CEO도 인정할 정도다.
이 업체의 CEO는 “창업 초기 펀딩에 참여한 창투사들이 올해 안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우회상장을 권해 왔고 인수 대상 기업도 소개해 줬다”고 밝혔다.
물론 이 회사가 우회상장을 택한 것이 전부 창투사의 탓은 아니다. 회사 스스로 하루빨리 코스닥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실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겪게 되는 유무형적 손실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디지털경제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좀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향후 IT코리아 신화를 이어나갈 예비 코스닥기업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미래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