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가격파괴 폭풍` 끝이 없다

 국내 저가 서버시장이 가격 인하 전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델인터내셔널(한국델)이 시작한 가격 파괴공세에 한국HP와 한국IBM이 맞불작전으로 나서면서 100만원 이하의 저가 서버시장이 본격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무차별 가격전쟁은 업체 간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켜, 서버 유통시장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가격 경쟁=서버업체 간 최저가 경쟁은 분기마다 서버 가격을 10만원 가까이 떨어뜨리고 있다. 델이 지난해 100만원 이하 서버를 선보인 뒤 한국HP가 다국적 벤더사에서는 처음으로 가격을 공개하는 전략으로 110만원 서버를 선보였고 한국IBM 역시 95만원 서버, 89만원 서버를 속속 내놓았다. 최근 서버사업 시장 확대를 노린 삼성전자도 직접 가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가격 인하 경쟁에 가세했으며, 디지털헨지·테라텍 등 국산 중소서버업체들도 저가경쟁 대열에 동참하는 등 가격 파괴 바람이 서버시장의 트렌드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수백대씩 들어가는 빅딜의 경우 공식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서버가 공급되기 때문에 서버 한 대 가격이 보통 PC 한 대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대 팔아 남는 것 없다=서버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저가 서버의 경우 두 자릿수 마진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특히 총판업체들은 분기당 서버 공급 물량을 잘못 예측하면 가격 파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재고분이 고스란히 악성재고로 돌변할 가능성도 크다.

 한 총판업체 관계자는 “총판업체는 원래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가격 파괴에 견딜 수 있는 여력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기 악화가 계속되고 서버 가격 파괴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위 유통업체의 부도가 예상돼 향후 골칫거리가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총판업체의 경우, 서버 공급 대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등 서버 유통업체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가 서버 경쟁이 소규모 유통업체의 자금 압박으로 이어져 유통 시장의 재편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저가 경쟁에 참여하기 힘든 업체는 벤더사를 바꾸거나 유통 품목을 갈아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저가 서버시장에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해온 국산 중소업체들도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주력 시장을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영삼 테라텍 사장은 “올해 당초 목표치인 100억원을 90억원대로 내려잡았다”면서 “솔루션이 중심이 된 특화 서버와 블레이드 서버 시장을 확대해 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델 가격 파괴 영향도 주춤=가격 경쟁이 심하다 보니 가격 파괴의 대명사 델의 운신폭도 좁아지고 있다. 2분기 서버시장에서 전 분기 대비 공급대수가 9.5% 감소하면서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와 달리 성장률도 주춤한 상태다. 델은 올 상반기에 14%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봤으나, 시장점유율도 9%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HP의 파트너 다이렉트와 한국IBM의 초저가 전략으로 가격 차이가 10만원 내외로 줄어들면서 브랜드와 제품 신뢰도에서 밀리고, 국산 서버업체들에 비해서는 고객 밀착 영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명한신 한국IBM 차장은 “외국에서 델이 서버시장에서 급속히 성장하다 결국 점유율이 더 늘어나지 않는 현상을 보였다”면서 “국내에서도 가격에서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면 델의 급속한 성장세를 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덕채 인텔코리아 이사는 “국내 저가 서버시장이 거의 모든 다국적 업체와 국산 서버업체가 경쟁하는 레드오션이 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저가 시장의 가격 전쟁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블레이드 서버 등 미성숙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