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식사회와 커뮤니케이션](https://img.etnews.com/photonews/0509/050912101902b.jpg)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잦지만 생산성 향상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광범위하게 이해되고 필요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요소 투입 방식의 성장이 이제는 불가능한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면 생산성 향상은 기술혁신이나 경영혁신 등의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술혁신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으나 경영혁신은 기업경영자들의 문제일 뿐 사회적 이해와 공감이 별로 없는 상태다. 하지만 경영혁신도 기술혁신만큼 중요하고 그 영향이 큰 문제다.
지식사회에서 조직은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지식근로자로 구성된다. 이런 조직에서 개인은 전문화됐을 때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조직의 목표 달성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책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정 전문성은 특정 부분만 감당하게 되어 조직의 전체 목표 달성은 각 개인의 전문성과 성과를 통합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만큼 지식, 정보 중심 조직에서 경영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과제다. 따라서 이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분명히 정의하고 의제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핵심인 지식사회가 되고 있지만 아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또는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 이해가 미흡하고 커뮤니케이션 역량 교육 역시 소홀한 실정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 사회 각 분야를 지배해온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필요성을 감안하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지나온 산업화 시대에서의 조직 문화가 충성심과 계층적 명령체계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고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성격도 상명하복의 수직적, 일방향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형태가 당시 효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도 있을 것이다. 주입식 교육을 통한 인력양성 과정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와 능력을 키워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끔 대학에 초청강연을 나갔을 때 열린 토론을 경험할 수 없는 것은 이 능력이 어릴 때부터의 교육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가 외국 기업들과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미숙·실수로 인한 손실과 효율의 저하, 심지어 특정 사업의 위기 등은 커뮤니케이션 역량 문제가 시급한 해결 과제임을 방증한다고 본다. 외국 기업과 사업활동을 하는 방식이 종전 단순히 품질 좋은 제품을 잘 만들어 파는 것에서 벗어나 거래를 트고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상호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으로 하는 협업의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지식·기술 집약형 사업에서 이것이 필수인 점을 이해하면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그 사업의 효율과 성패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초기 상태여서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사정 때문에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 커뮤니케이션이 기업과 학교 등 여러 분야에서 주요 이슈로 다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요가 늘어나 체계적 훈련을 받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든지 전문 교육기관이나 컨설팅 기관 등이 유망한 직종이나 성장산업의 하나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해보게 된다. 이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화두는 우리 사회가 지식기반 사회로 크게, 빠르게 변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주요 의제 중의 하나가 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 변대규 휴맥스 대표 ceo@humaxdigi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