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AI와 뉴비즈] 〈37〉MWC, AI가 바꿀 '통신 권력' 대이동 3가지를 말하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26'은 단순한 기술 경연장이 아니었다.

올해의 주제 '지능의 시대(The IQ Era)'가 암시하듯,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AI)과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하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권력 지도가 어떻게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거대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필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통신 인프라 자체에 AI가 스며들며 발생하는 세 가지 결정적인 '권력 이동(Power Shift)'의 흐름이었다.

첫 번째 권력 이동은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개별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의 생태계가 사라지고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앱을 직접 조작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중국 ZTE가 선보인 '누비아(Nubia) M153'은 그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바이트댄스의 AI '도우바오'를 운용체계(OS)에 통합한 이 기기는 이른바 'AI 네이티브 폰'이다. 사용자가 “가성비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이동 경로를 알려줘”라고 말하면, AI가 스스로 맛집 앱에서 예약하고 차량 호출 앱에서 차를 부르며 결제까지 대신해준다.

이는 AI가 앱 개발사가 정해놓은 공식 API를 거치지 않고도 기기를 직접 제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스마트폰 생태계의 주도권은 개별 앱 개발사에서 AI 에이전트를 장악한 빅테크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으며, 이는 로봇과 웨어러블이 물리적 환경에서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의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 운영 주도권의 변화다. 수십년간 통신망을 호령하던 에릭슨, 노키아 같은 전통적인 장비 업체의 자리를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클라우드 빅테크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 통신 인프라는 이제 사람의 수동 관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에 빅테크들은 '제로 터치 자율 네트워크 운영'을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하며 통신망의 '지능'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SW) 권력을 거머쥐었다.

구글은 AI로 장애를 예측하는 네트워크 스택을, MS는 AI 전용 통신 플랫폼을 앞세워 통신 인프라 시장 깊숙이 침투했다.

마지막 권력 이동은 인프라의 공간적 확장이다. 지상의 기지국에만 의존하던 통신 영토가 우주와 위성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모바일 기기와 저궤도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스타링크 모바일'을 통해 6G 시대의 청사진을 완성해가고 있다. 2027년 중반부터 초당 150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2세대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 어디서든 끊김 없는 통신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음영 지역을 메우던 보조 수단에 불과했던 위성 통신이 이제는 6G의 핵심 인프라로 격상된 것이다.

이는 우주를 선점한 기업이 미래 초연결 네트워크의 실질적 지배자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거대한 권력 이동 속에서 기존 통신사(Telco)들은 단순한 망 제공자를 넘어 AI 수익 모델을 갖춘 '테크코(Techco)'로의 변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AI가 바꿀 새로운 에코시스템을 지배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단순히 기기의 사양을 높이는 경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기기, SW, 네트워크, 그리고 AI가 하나로 융합된 총체적인 '생태계 설계 역량'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통신 권력의 대이동은 이미 우리 곁에서 시작됐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