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RFID는 천덕꾸러기?

서울시가 ‘승용차 요일제 전자태그(RFID)시스템 적용 사업’ 성능 시험을 실시하면서 외산 제품만이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어 파문이 일고 있다. 본지 9월 6일자 1면 참조

 지난달말 1·2차에 걸쳐 서울 상암동 미개통 도로에서 시행된 이번 시험에서 서울시가 내건 적격조건은 ‘6미터 상공에 장착된 리더(판독기)가 시속 40㎞로 통과하는 자동차에 부착된 태그를 80% 이상 인식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조건을 만족하려면 현행 국내 주파수법에 규정된 대역으로는 시험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국내 RFID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서 개발·생산되는 RFID 관련제품의 주파수 대역은 908.5∼914㎒”라면서 “이는 현행법이 요구하는 주파수 대역이며, 하지만 이 주파수 대역으로는 서울시가 정한 조건을 맞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업계 관계자도 “기술력이 아닌 국내 규정에 묶여 시험에 조차 참여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정통부 형식승인을 획득한 제품만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하는 등 국내외 제품에 대한 평가조건을 공평하게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성능시험 결과 2차 시험까지 통과한 업체는 5곳이며, 이들은 에일리언테크놀러지·심볼 등 미국산 제품을 그대로, 또는 약간 변형해 시험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내 주파수 규정에 따르면 현지산 RFID 제품은 800∼900㎒의 광대역 주파수대를 쓰고 있어 가혹 조건에서도 비교적 인식율이 높다. 현재 서울시측은 이번 1·2차 시험에 모두 통과한 5개 업체의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성 서울시 정보통신담당관은 “이번 성능시험은 국내 업체의 기술수준을 확인해보고, 그에 따라 향후 사업내용 등을 가늠해보기 위한 취지에서 실시한 것일뿐”이라면서 “시험에 통과한 업체에게 별도 가점을 주는 등의 혜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김 담당관은 “이같은 내용은 이미 성능시험 실시전에 설명회를 통해 국내업체들에게도 고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성능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시범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