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간 갈등으로 美 수만명 인터넷 접속 못해

피어링 계약을 둘러싼 인터넷 서비스업체(ISP) 사이의 갈등으로 고객 수만명이 인터넷접속에 불편을 겪는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 사태는 흔히 다양한 우회로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시스템이 ISP들의 협력관계에 따라서는 일반 전화통신망처럼 쉽게 끊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드러내 주목된다.

6일(현지시각) C넷에 따르면 미국의 ISP 레벨3는 피어링 계약을 맺은 ISP 코전트로부터 유입되는 트래픽용량이 지나치게 늘자 지난 5일부터 자사와 코전트 네트워크간의 접속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이 때문에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수만명의 고객이 갑자기 이메일이 끊기고 웹사이트 접속이 중단되는 등 소동이 일어났고 현재까지도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두 ISP의 갈등으로 최대 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기업과 개인사용자들이 중요한 이메일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 사이트접속이 안되는 등 낭패를 겪고 있으며 집단소송 설까지 나오고 있다.

사건이 불거진 것은 트래픽을 관리하는 피어링(Peering) 계약을 둘러싼 양사의 오랜 갈등이 곪아터졌기 때문이다.

피어링은 ISP사이에서 트래픽이 용량을 초과해서 한쪽으로 몰릴 경우 상대방 네트워크에 접속해 분산시키는 협약이다. 피어링은 ISP끼리 서로 도움을 받는 윈윈게임으로 간주되어 별도 요금을 주고 받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레벨3는 저가공세를 앞세운 코전트가 과잉 트래픽을 유발해 일방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며 3개월 전부터 별도의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피어링은 ISP업체들이 안정된 서비스를 유지하는 일종의 ‘집단보험’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료로 상대 네트워크를 이용는 피어링 계약은 오히려 인터넷 접속까지 끊어버리는 갈등의 씨앗으로 변한 것이다.

코전트가 MB당 시장평균인 60달러보다 터무니 없이 낮은 10달러 수준의 서비스료의 조정하라는 레벨3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시작된 두 회사의 대립은 결국 접속단절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하지만 레벨3와 코전트는 서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넷은 두 라이벌 ISP간의 갈등으로 인터넷이 일부 끊긴 데 대해 “우리가 의존하는 인터넷 시스템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반증”이라고 보도했다.

이론적으로 인터넷은 네트워크가 충분히 넓게 분산되어 있어 자연재해나 핵전쟁으로 일부 네트워크가 끊겨도 우회접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네트워크 사이에는 우회로가 없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ISP에 의존하는 고객들은 사고 발생시 접속이 제한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ISP간의 분쟁으로 인터넷 접속이 끊기는 사고를 피하려면 모호하게 작성된 피어링 계약을 보다 구체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