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스타리그 이슈-`가을의 전설` 황제가 만든다

‘테란 황제’ 임요환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성적으로 볼 때 그간 나왔던 재기, 부활의 시기를 이미 넘어 전성기 기량을 되찾은 분위기다. 아니 이미 그는 전성기의 기량을 넘어선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임요환이 지난 13일까지 거둔 최근 11경기 개인전 성적은 9승 2패. 전적에서 드러나듯 조만간 4강전을 앞 둔 ‘So1 스타리그’에서 가장 먼저 4강에 올랐고 협회 주간 MVP도 3회 연속으로 차지했다.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 결정적 계기는 이번 ‘So1 스타리그’ 8강전에서 ‘영웅토스’ 박정석을 내리 2판 만에 누르고 가장 먼저 4강에 선착한 점 때문이다. 승자에 대한 예상은 아무래도 박정석에게 쏠렸다. 바로 전대회 4강에서 임요환은 박정석에게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고, 반면 박정석은 기복이 없는 노련미로 가득찬 강력한 프로토스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 후보 1순위였기 때문이다.

# 묘수는 없다. 단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뿐

4강이 결정된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경기 직전까지 이거다 싶은 프로토스(박정석) 파해법을 찾지 못한 채로 나와 내내 가슴이 답답했는데 이기고 나니 기쁨 반, 후련함 반”이라며 “4강에 오르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한 경기 한 경기를 이기자는데 생각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정석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전성기 기량 회복은 4강에 오르기까지 꺾은 상대 선수들이 내로라하는 스타급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느끼게 만든다. 8강전 상대인 박정석 뿐 아니라 16강에서 ‘투신’ 박성준과 안기효, 박성준(삼성전자 칸)을 모두 꺾으며 전승으로 올라왔다.

“생활 패턴이나 연습량과 방법 등에서 특별히 변화된 것은 없어요. 프로 선수들마다 상승세를 탈 때가 있고 하락세를 맞을 때도 있죠. 제가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것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이 기세를 우승까지 연결시키는 것이죠.” 무엇이 변했길래 다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꾸준한 연습은 기본이었고, 다른 선수들이 경기가 잘 안풀렸을 때 반대로 자신은 상승세를 타는 호기를 잡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의 경기를 쭉 지켜본 스타리그 전문가들은 “더욱 치밀해지고 예전보다 빈틈이 적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프로토스전 만큼은 예전과 달리 섬세하고 깔끔한 운영이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SK텔레콤 T1의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며 부진한 상태지만 프로리그에서 보인 개인전 성적도 역시 상승세다. 과거 KTF와의 대결에서 유일하게 1패를 당했을 뿐 기회가 주어진 출전에서 모두 승리해 팀 성적에 기여해왔다. 최근 거둔 개인전 2패는 바로 프로리그 KTF와의 대결에서 강민에게 1번, 그리고 지난 13일 MSL 개막 경기에서 박정석에게 패한 것이다.

 

 # 결승 향한 마지막 관문은 ‘물량토스’

결승 진출을 위한 임요환의 마지막 관문에는 다시 한번 강력한 프로토스가 기다리고 있다. 최근 급상승세를 타며 개인리그는 물론 프로리그에서도 출중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물량토스’ 박지호(POS)다. 프로리그에서 개인전과 팀플전을 넘다들며 강민, 최연성 등 유명팀 에이스를 여러차례 꺾었고, ‘투신’ 박성준과 함께 현재 POS팀의 양대 주전멤버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선수다.

특히 3전 2선승제의 8강전 이병민과의 대결에서는 첫 경기를 내주고도 2, 3번째 경기를 연거푸 잡아 결국 역전승을 거두며 올라오는 숨은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대회 4강 진출 뿐 아니라 지난 MBC 무비스배 서바이버 리그에서도 메이저 진출 전까지 직행한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로 프로토스에 약한 임요환으로서는 결승전에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 사제대결·3회 우승 여부 등 화제 만발

임요환이 결승 진출여부와 함께 다양한 이슈들이 화제다. 작년 말에 벌어진 ‘EVER스타 리그’ 결승에서 제자라 할 수 있는 최연성과 맞붙어 패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사제대결이 벌어질 지의 여부와 그 결과를 놓고 벌써부터 많은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대진표상 4강전에서 맞붙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결승에 진출하면 맞대결을 피할 수는 없다. 지난 EVER스타리그 결승에서 임요환은 최연성에게 3대 2로 패하며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제자에게 졌다는 수모가 아닌 회한의 눈물로 화제가 됐다.

최연성은 4강에 오르면서 이번 결승전에서도 임요환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비쳤다. 함께 결승전에 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임요환은 “나도 차라리 연성이가 좋다. 과거 결승에서 만났을 때와는 달라졌다. 이제는 지더라도 진정한 마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다. 또 만약 지더라도 다른팀 선수에게 지는 것보다 연성이에게 지는 것이 덜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요환이 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하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또 한번의 역사가 쓰여지게 된다. 처음으로 스타리그 3회 우승자가 배출되는 것이다.

그의 각오는 이렇다. “지난 4강에서 너무 허무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에는 허무하지 않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 꼭 결승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차지해 팬들에게 다시는 부활이나 재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말 그대로 황제 임요환의 신조는 바로 ‘지고나서 후회말자’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