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로봇전쟁’이다. 기술의 발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사안마다 불거지는 정부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젠 지겨울 만도 한데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로봇산업은 차세대 10대 성장동력 중 하나다. 대통령도 로봇산업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미 이라크 전쟁에서도 로봇은 군사용으로, 산업용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당연히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지 않을 수 없는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주요 산업’이란 말에 정부의 산업부처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놓칠 수 없는 ‘보기 좋은 떡’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 산업의 주무부처가 어디든 상관할 바 없다. ‘내 떡’ 앞에 협력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산업부처는 성과의 단맛(?)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된다’ 싶으면 깃발부터 꽂고 보자는 식이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이 전시회다. 전시회를 여는 것을 마치 산업진흥의 가늠자처럼 생각한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인만큼 이것처럼 좋은 전시행정은 없는 게 사실이다. 사람을 동원하는 데도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이런 와중에 지쳐 가는 건 업체들이다.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이 눈치 저 눈치 봐야 한다. 정부 지원이라는 미끼를 얻으려면 이래저래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심하면 부처끼리 ‘물타기 전시’도 서슴지 않는다. 일반기업이 했다면 공정위 제소 감이다.
다음은 무지막지한 보도경쟁이다. 이름도 비슷한 각종 전략을 내놓고 거창한 비전을 제시한다. 관련 보도자료를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언론에 자주 거론되면 그 산업의 주무부처가 된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통해 윗분들의 눈에 자주 띄면 산업영역 분쟁시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 따먹기’에서 홍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수출 3000억달러를 바라보고 IT 초일류 국가라고 자처하는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산업진흥을 위해 선두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줘야 할 정부부처의 실상은 아직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밥그릇 싸움’이다. 로봇산업에 침 바르는 일부 부처처럼 전시와 홍보로 산업을 진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는 아마 지금쯤 초일류 경제대국·산업대국이 됐을 것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