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한류]거대한 문화 흐름 초일류 상품 예고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한류가 이제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유행처럼 확산되며 비로소 ‘글로벌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공항을 마비시켜 버리는 배용준과 이병헌, 도쿄와 홍콩 라이브 공연에서 1시간 만에 전 좌석을 매진시킨 가수 비, 드라마 ‘대장금’으로 중화인들에게 만인의 연인이 되어버린 배우 이영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한류 스타의 방문을 호소하는 깜짝 시위를 벌일 정도로 멕시코 여성팬들의 우상이 된 장동건과 안재욱.

 미디어 속에 비친 한류 스타들의 활약상만 보면 한류는 국가, 권역, 대륙, 종족을 뛰어넘는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한류는 국내에서 생성된 단어가 아니라 중국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와 연예인에 열광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탄생했다. 한류(韓流)라는 한자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바람의 수준이 아닌, 좀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거대한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대만을 거친 한류가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로 소위 대박을 터트리자 언론에서는 연일 한류의 성공기 및 한류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국내 연예인의 해외 인기도를 전달하기에 바빴다. 한류의 성공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던 외부로부터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기존 국내 대중문화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한류는 단군 이래 한국의 문화가 이웃 국가들에게 광범위하고 대대적으로 받아들여진 첫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우리문화의 일부가 중국과 일본에 전파된 적은 있었지만 한류처럼 광범위하고 전폭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을 열광시킨 적은 없었다. 이제 한류는 단지 몇몇 연예인의 인기를 넘어서 대중가요 및 드라마, 영화, 게임 심지어 음식과 헤어스타일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할리우드 영화 평균 제작비의 10분의 1, 일본 드라마 평균 제작비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영세한 자본의 한국 문화콘텐츠가 중국과 베트남을 넘어 일본에서까지 돌풍을 일으키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와 같은 한류의 가장 가시적인 효과는 바로 경제적 파급효과다. 욘사마의 경제효과가 한국과 일본 합계 3조원으로 추정된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0월까지의 여행수지가 전년 대비 11.3% 증가해 추가적 관광수입으로 8400억원, 국가 홍보 효과가 33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류의 경제적 효과는 이러한 단순 수치적 효과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한류는 국내 문화산업 시장을 중국과 대만, 베트남,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로까지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소비자의 욕구와 기대에 대한 적극적인 문화산업 활동을 수반하게끔 해주었다. 실제 한국 TV드라마, 음악을 중심으로 촉발되었던 한류 열풍은 게임과 영화 등의 기타 문화산업으로 확장하며 문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게임의 경우 지난 2003년 ‘미르의 전설2’와 ‘비엔비’가 잇따라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 70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리니지1·2’ 시리즈, ‘뮤’ 등 한국 온라인게임 대표작들이 모두 중국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또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과 북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 65개 지역에 진출하여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글로벌 문화코드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도 NHN·SK커뮤니케이션즈·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은 국내에서 구축한 경쟁력을 토대로 중국·일본 시장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지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 한국의 캐릭터와 창작 애니메이션도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거침 없이 해외시장을 점령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영화·방송영상·애니메이션·음악·캐릭터·출판 등 문화부문의 작년 수출실적(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집계)은 모두 8억달러로 전년의 6억1000만달러보다 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에는 10억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정부가 이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는 데다 한류 열풍 이후 한국에 대한 인지도 상승에 따른 수출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며 유럽 쪽으로 한국 콘텐츠 진출이 늘고 있어 이러한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류는 우리나라의 역동적 문화국가로서의 국가 이미지와 기업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제조업, 관광 등 관련 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여 디지털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의 해외수출을 증가시키는 간접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최근의 한류 현상은 초기의 드라마, 음악, 영화 등의 장르중심에서 게임, 패션, 한국 음식, 미용, 관광, 의료 등 한국 관련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지역적으로도 중국, 일본, 대만에서 동남아, 멕시코, 러시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가요를 내장한 댄스 시뮬레이션게임기 ‘펌프잇업’의 경우 멕시코에 1만여대가 판매, 설치되고 30만명의 마니아가 생기기도 했다. 한국 대중 문화의 선호 계층도 과거 20∼30대의 젊은 여성층에서 최근에서는 40∼50대의 남녀 중년층으로까지 확산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한류는 문화산업은 물론이고 전자, 자동차, IT 등 전 산업의 기업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확대돼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전적으로 한류덕이라고는 말하기 힘들겠지만 한류 열풍에 힘입어 LG와 삼성 등의 기업은 중국에서 40%가량의 매출신장을 기록했으며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는 한류를 2004년 히트상품 1위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류의 지속화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있다. 동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중동,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그 세를 확장해 가며 지칠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던 한류는 최근 들어 이상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류가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해외 진출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지속화하고 더욱 확산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우선 콘텐츠 업계의 경쟁력 부족 및 콘텐츠의 다양성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비슷비슷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고 자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한류에 종속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 문화적 반발감에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과도한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각국의 사정에 걸맞은 판매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프로그램 자체 제작률이 떨어지는 동남아시아 각국 시장을 비롯해 한류 열풍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폐쇄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화권 국가들에 대한 원활한 시장진입을 위해 공동제작 및 공동투자 형식의 우회적인 진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또 ‘일단 팔고보자’는 일회성 접근을 지양하고 사전에 철저한 시장분석과 함께 국가별 진출 전략의 수립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 현지의 마인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공식적인 창구 확보를 위한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단기간의 경제적 효과에서 한 단계 넘어서서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한류 확산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류라는 흐름이 상호 호혜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자각하고 우리 문화와 상대 문화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